6년 전 유행 ‘아이스버킷 챌린지’, 루게릭병 약으로 돌아왔다

입력 2020-09-09 14:45
미국 시민들이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캠페인인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USA투데이 캡처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경화증) 환자를 위한 기부 캠페인으로 유행했던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실제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루게릭병의 진행을 늦추는 신약 개발과 관련해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게재된 논문을 보도했다.

논문에 따르면, 제약 스타트업 아밀릭스가 개발한 신약을 투여받은 환자들은 플라시보(가짜약)를 투여받은 환자에 비해 루게릭병의 진행이 25%가량 늦춰졌다. 병의 진행 속도를 6개월간 관찰한 결과, 6주 정도 늦출 수 있었다는 얘기다.

아밀릭스는 미토콘드리아를 보호하는 타우루소디올과 요소 순환장애 치료제로 사용되는 소디움 페닐부틸레이트를 혼합해 루게릭병의 진행을 늦추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신약은 현재까지 13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2상까지 완료된 상태다. 대부분의 임상 대상자가 추가 복용을 희망하는 만큼 향후 더 많은 성과가 반영된 연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연구진은 희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루게릭병 진행을 중단시키거나 증세를 호전시킨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NINDS)의 월터 코로세츠 박사는 “루게릭병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방법을 찾은 것은 환자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루게릭병협회(ALS)에서 루게릭병 관련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니엘 타쿠르는 아말릭스의 신약의 성과에 대해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있는 것과 누군가가 먹여줘야 하는 것의 차이다. 휠체어가 필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2014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실제 주목할 만한 결과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얼음물을 뒤집어쓴 참여자가 세 사람을 지목하면 대상자는 24시간 안에 얼음물을 똑같이 뒤집어쓰거나 루게릭병 관련 기부금을 내야 하는 캠페인이다. 당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 각국 유명인사들이 참여했으며 총 2억2000만 달러(약 2600억원)의 기금이 모여 화제가 됐다.

아밀릭스는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150%로 갚는다는 조건으로 연구자금 대부분을 이 기금에서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ALS는 미 식품의약국(FDA)에 아밀릭스가 개발 중인 약물을 환자들이 미리 사용할 수 있도록 인도적 목적의 긴급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