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남자인 T는 수업시간에 엉뚱한 말을 하여 주변을 웃긴다. 수업을 방해하고 장난이 심하다. 학교에서 ‘말썽꾸러기’라고 소문이 나 있다. 부모는 자주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부모에게도 T는 평화를 깨는 ‘말썽꾸러기’였고, 은연 중에 이런 말을 아이에게 자주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인식을 T 스스로도 내면화하여 ‘나는 말썽꾸러기 문제아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T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 뿐, 사람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사람과 문제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지만 주변의 비난과 훈계를 반복적으로 받다보면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아’라는 정체성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자신 안에 장점을 키워나갈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그냥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치료자 : 어떻게 병원에 오게 되었니?
T : 제가 말썽꾸러기예요. 이걸 고치고 싶어서 왔어요.
치료자 : 어째서 네가 말썽꾸러기야?
T : 음..... 맨날 학교에서 수업에 방해한다고 선생님께 야단맞거든요.
치료자 : 혹시 네가 지금 말한 ‘말썽꾸러기 즉 수업 방해 하는 것’과 닮은 피규어를 여기서 골라와 볼 수 있을까?
(T는 장난꾸러기 피규어 상자에서 원숭이 피규어를 골라왔다.)
치료자 : 오, 그래 얘 이름이 뭐지?
T : (원숭이를 가리키며) ‘수다쟁이 쑹쑹이’요,
치료자 : 멋진 이름이구나. 수다쟁이 쑹쑹이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니?
T : 수다쟁이 쑹쑹이는 귀찮아서 피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제가 아이들에게 웃기고 재미있는 애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좋기도 해요.
치료자 : 그렇구나. 너는 친구들이 ‘재미있는 아이’라고 생각해 주는 게 좋구나.
T : 네.......전 그게 좋아요. 아이들이 저 때문에 즐겁게 웃는 게 좋아요.
치료자 : ‘수다쟁이 쑹쑹이’가 꼭 알아야 할 것이 또 있니?
T : 음 ...... 어떤 사람들은 수다쟁이 쑹쑹이를 싫어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야지요. 누구나 다 좋아하진 않거든요.
치료자 : 수다쟁이 쑹쑹이는 주로 언제 너한테 찾아오니?
T : 음..... 늘 오는 건 아니예요. 제가 좋아하는 과목이어서 쉽고 이해가 잘되면 찾아오지 않아요.
치료자 : 너는 ‘수다쟁이 쑹쑹이’가 언제 오고 언제는 안 오는지 잘 알고 있구나. 그걸 아는 게 수다쟁이 쑹쑹이이와 너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T : 그렇죠. 제가 공부 시간에 집중해서 잘 이해하고 있으면 걔가 와도 물리칠 수가 있어요.
치료자 : 아 그렇구나! 그럴 땐 ‘수다쟁이 쑹쑹이’가 너를 어떻게 볼 거 같아?
T: 쉽게 이길 수는 없는 아이요.
T는 문제를 피규어라는 구체적인 대상으로 외재화하면서 자신과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문제인 것이고, ‘나는 문제 자체가 아니다’라고. 그래서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해 지고 ‘나는 아이들을 재미있게 해주고 싶은 거지만 문제 자체는 아이들이 귀찮아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한다. 어떤 상황에서 그 문제에 자신이 압도되어 패배하게 되는지, 어떤 상황에서는 자기가 그 문제를 이겨내는지를 알게 된다. 자신이 그 문제 자체가 아니고 문제와 싸워서 이겨내는 존재라고 상상하면서 스스로 유능감을 갖게 되고, 문제는 이렇게 해결된다. (인용된 사례는 실제 사례와 무관하여, 여러 사례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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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