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영끌’에 지난달 신용대출 사상 최대폭 상승

입력 2020-09-09 13:30 수정 2020-09-09 13:35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폭으로 늘었다. 너도나도 부동산 및 주식 투자에 뛰어들면서 신용대출을 이용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전셋값이 뛰면서 전세대출 수요도 3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올해 공무원이 주택구입을 위해 받은 연금대출의 규모는 지난해 전체 금액의 2배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0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은 948조2000억원으로 지난 7월보다 11조7000억원 늘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한은은 “사실상 사상 최대 기록이다”고 설명했다.

부동산만이 살 길?…주택담보대출 크게 늘어
가계대출 중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6조1000억원 증가한 695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일반신용대출 등을 포함하는 기타대출은 251조3000억원으로 5조7000억원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과 마찬가지로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주택 매매·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크게 늘어났고, 주식투자와 생활자금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증가 폭이 확대했다.

윤옥자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과장은 “지난 6월 이후 수도권 주택 매매 거래가 많이 늘어 관련 자금 수요가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나타났다”며 “전셋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세 대출 증가 폭도 7월 2조7000억원에서 8월 3조4000억원으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 등 최근 공모주 청약 열풍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윤 과장은 “공모주 청약 증거금 납입을 위한 수요, 상장주식 매수 등을 위한 주식투자 자금 수요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며 “8월에는 여름 휴가 등으로 자금 수요가 높은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고 재난지원금 지급이 마무리되면서 생활자금 수요도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은행 기업대출은 961조원으로 전월 대비 5조9000억원 늘었다. 8월 증가액 기준으로 2015년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은 782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1000억원 증가해 8월 증가액 기준으로 2009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대기업은 기업들의 운전자금 및 유동성 확보 수요 둔화 등으로 전월 대비 1000억원 줄면서 감소세로 전환했다.


부동산에 흘러 들어가는 유동성…공무원 주택 대출 급증
너도나도 ‘영끌’을 하는 상황은 공무원이 주택구입을 위해 받은 연금대출 규모 증가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에게 제출한 ‘공무원 주택특례 연금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 1653건의 주택구입 용도 대출이 실행됐다.

규모로만 1004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총대출액(449억원·1017건)의 2.2배에 달하는 수치다. 현재 3분기 대출 물량은 7월 10~20일에 모두 소진돼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건당 주택대출액도 한도가 올해 들어 기존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확대되면서 평균 610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700만원 늘었다. 김상훈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온 국민으로 하여금 각종 부채를 끌어다 쓰게 하고 있다”며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했지만 보통의 공무원들은 내 집 마련의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주택대출의 급증은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의 주택대출은 지난 2018년 신설됐다. 그 이전까지는 주택임차 대출만 가능했다. 주택구입 특례대출이 처음 도입된 2018년에만 1333억원 규모(3026건)의 대출이 이뤄졌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