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하부리그 성격인 마이너리그(MiLB) 총재가 28년 동안 지켜왔던 자리에서 물러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상위리그인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이 마이너리그 구단과의 연계를 대폭 축소하려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MiLB 총재이자 최고경영자(CEO) 팻 오코너(62)는 올해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사임하겠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선거에서 연임되면서 4년 간 임기를 더 수행할 예정이었음에도 갑작스레 이뤄진 발표다. 오코너 총재가 프로야구계에 몸 담은 기간은 총 38년에 이른다.
MiLB 사무국 성격인 미 프로야구연맹(NAPBL)과 MLB 사무국과의 업무협력 계약은 30일 종료된다. 지난해 MLB 사무국은 새 계약 조건으로 기존 MLB 구단의 MiLB 위성구단 160개를 120개까지 줄이는 안을 제시했으나 MiLB 구단과 팬들이 집단 반발하며 없던 일이 됐다. 반발한 팬들 중에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버니 샌더스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나빠졌다. MiLB 시즌이 지난 6월 취소되면서 구단들은 정부나 사모펀드의 지원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MLB 사무국과 MiLB 측과의 협상도 새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어졌다. 오코너 총재로서는 그대로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셈이다.
오코너 총재가 재임 기간 MiLB에 끼친 영향은 적지 않다. 오코너 총재의 지휘를 받는 동안 MiLB 구단들은 구단 가치 상승과 함께 중계권 수익도 함께 챙겨왔다. 오코너 총재는 성명문에서 “28년간 MiLB를 이끌 수 있어 영광이었다. 그간 저와 일해온 직원들에게 영원히 빚을 지게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오코너 총재는 그간 선수들 연봉 상승을 억누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CBS방송에 따르면 오코너 총재는 MLB 사무국이 미 의회에 MiLB 선수들을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로비하는 걸 도왔다. 이 법이 통과되면서 MiLB 선수들의 연봉은 5000~1만 달러(약 600만~120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