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4층에서 떨어진 초등학생이 중증외상센터로 빠르게 옮겨진 덕에 목숨을 건졌다.
9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과 경찰, 소방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1시45분쯤 119상황실로 “어린이가 아파트 14층에서 떨어졌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화단에 떨어진 A양(9)을 발견한 부모가 신고한 것이었다.
A양의 상태는 심각했다. 목뼈, 쇄골, 갈비뼈 등이 부러졌고 양측 개방성 대퇴골 골절까지 확인됐다. 장기 일부도 손상된 상태였다.
구급차는 A양을 태우고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의정부성모병원으로 내달렸다.
의료진 확인 결과 A양의 ‘손상 중증도 점수(ISS·Injury Severity Score)’는 34점으로 중증외상환자 기준인 15점의 배를 넘었다. 미국 외상 시스템을 적용해 봐도 A양의 예측 생존율은 22%에 불과했다.
A양이 도착한 지 3분 만에 당직 의사가 수혈을 시작했다. 출혈이 심해 평소 A양의 몸 안에 있던 양만큼 피가 투입됐다. 중증외상환자의 경우 수혈 시기가 생존율을 좌우하는데, 수혈이 1분 늦으면 사망률이 4% 상승한다는 연구도 있다.
곧바로 의료진이 소집돼 권역외상센터 협진 시스템이 가동됐다. 응급 수술은 1시간 만에 끝났고, A양은 큰 고비를 넘겼다. 두 차례 수술 끝에 A양은 현재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자신의 방 창문 앞 서랍장에 앉아있다가 실수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중증외상 전문의인 조항주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은 “가벼운 유아가 고층에서 추락 후 무사한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9살 어린이가 14층 높이에서 떨어져 목숨을 건진 것은 처음 봤다”며 “A양의 소생은 매우 이례적이고 기적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는 “다량의 열상, 골절, 출혈 등이 복합된 A양은 매우 위중한 상황이었지만 구급대원의 빠른 이송과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이 있었고, 무엇보다 A양 스스로 생명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견뎠다”며 “수술도 잘 된 만큼 건강하게 회복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