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자폐아 미 경찰 총격으로 중태… 과잉진압 논란

입력 2020-09-09 09:14 수정 2020-09-09 10:16
미국 KUTV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서 자폐증을 앓고 있는 13살 소년이 집에서 소란을 피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총에 맞았다. 피해 아동의 엄마가 사건 당시 아이가 비무장 상태였다고 밝히면서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경찰은 자폐증 환자인 린든 캐머런(13)이 경찰관들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은 사건과 관련해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고 8일(현지시간) CNN 등이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4일 밤 솔트레이크시티의 글렌데일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이날은 엄마 골다 바턴이 1년여 만에 직장에 복귀하는 날이었다. 바턴이 집을 나서려 하자 캐머런은 분리 불안 증상을 보이며 집에서 소란을 피웠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란을 떨자 결국 바턴은 911에 전화를 걸어 아이를 진정시켜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바턴의 집으로 출동한 경찰관 2명은 캐머런을 향해 바닥에 엎드리라고 명령하며 캐머런을 제압하려 했다. 하지만 잔뜩 신경이 예민해진 캐머런은 말을 듣지 않았고, 경관들은 총을 꺼내 수차례 실탄을 발사했다. 캐머런은 어깨와 발목, 배, 방광 등에 총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바턴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아이는 비무장 상태였다”며 “집을 찾아온 경찰관들에게도 (미리)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는 단지 화가 나서 비명을 질렀을 뿐”이라며 “경찰이 불안해하는 아이에게 왜 총을 쐈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솔트레이크시티 경찰은 지난 5일 기자 회견을 열고 “아이가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며 흉기를 휘둘렀다”며 “경찰에 위협을 가했기 때문에 발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아이에게 응급처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현지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경찰이 침착하게 행동하지 않아 아이에게 더 큰 피해를 줬다고 비판했다. 에린 멘든홀 솔트레이크시티 시장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