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가 영토 분쟁지역에서 갈등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양국이 1975년 이후 지난 7일 처음으로 국경에서 총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신화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서부 전구 장수이리 대변인은 전날 “인도군이 양국이 정한 국경(실질 통제선)을 불법적으로 넘어와 위협 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인도군은 제멋대로 국경을 넘어와 순찰 중인 중국 국경 부대 대원을 향해 위협 사격을 가했다”면서 “중국군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대응을 통해 현지 정세를 안정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도군의 행위는 중인 양측의 관련 협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인도가 즉시 위험 행위를 중단하고, 일선 부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국경을 넘어온 인원을 철수시키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인도군은 중국군을 향해 먼저 사격했다. 이는 1975년 이후 평화를 유지하던 양국 국경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라고 밝혔다.
중국군이 인도 측에서 넘었다고 주장하는 국경은 반궁후 남안 선파오산 지역으로 양국 군이 반궁후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곳이다.
인도군은 “실질 통제선(LAC)을 넘지 않았으며 총격 등 공격적인 수단에 의존하지 않았다”면서 “노골적으로 협의를 무시한 것은 중국군이었다”고 맞섰다. 더불어 “중국 군인들이 라다크 지역의 인도 측 진지로 접근하려 했고, 아군을 만나자 허공에 여러 발 총을 쏘며 위협하려 했다”고 반박했다.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하고 3488㎞에 이르는 LAC를 사실상의 국경으로 삼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국경선 문제로 1962년 전쟁을 치렀다. 2017년엔 인도 도카라(중국명 둥랑·부탄명 도클람) 지역에서 양국 군대가 73일 동안 무력대치하기도 했다.
양국은 1962년 전쟁 이후 우발적인 충돌이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에서 총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라다크 갈완(중국명 자러완) 계곡에서 양측 군대가 몸싸움을 벌여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분위기는 악화됐다.
중국군은 최근 국경지대에서 여러 차례 실탄 훈련을 하고 신형 곡사포를 배치하는 등 인도군을 압박했다. 인도군도 국경 인근에 T-90 탱크를 투입하고 미그-29 전투기와 공격 헬기 아파치를 전진 배치했다. 대공 미사일 시스템도 추가로 구축했다.
이 가운데 총기 사용 금지 합의까지 깨지면서 작은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상하이협력기구 회의 참석차 8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인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은 10일 모스크바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10일 만나 국경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