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길어지고 최근 재확산까지 되면서 ‘집콕’ 생활이 길어지자 자극적인 맛으로 답답함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식품업계에선 매운맛을 강조한 음식들이 줄이어 출시되고 탄산음료는 다른 카테고리의 음료 매출이 감소하는 동안 나 홀로 성장했다.
8일 CU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달 16~31일간 매운맛 상품의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23.7% 증가했다. GS25에서도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7일까지 불닭볶음면, 틈새라면 등 매운맛으로 대표되는 상품의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11.2% 늘었다. 같은 기간 마켓컬리에서는 매운맛 상품 매출이 39% 증가했고, 특히 매운 맛을 더한 만두 제품은 매출이 180%나 신장했다.
취업준비생 정다은(24)씨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에 코로나로 외출까지 어려워지니 스트레스가 더 많아졌다”며 “매운 음식을 먹으면 음식에만 집중하게 돼 잡생각이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없어지는 느낌이라 2~3일에 한 번은 먹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26)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라면이나 배달음식을 자주 먹게 됐다”며 “집콕 생활로 생긴 답답함을 매운 음식을 먹으며 땀내는 걸로 풀다보니 점점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더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우울감, 무기력증 등을 느끼는 소위 ‘코로나 블루’에 지친 사람들이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식품업계에선 매운맛 음식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bhc치킨이 지난달 6일 출시한 ‘맵소킹’ 시리즈는 출시 후 한달 누적 판매량이 20만개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미니스톱은 매운맛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금비유통의 ‘불마왕라면’을 선보였으며, 프레시지는 ‘대패삼겹 불냉면’을 지난 2일 출시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강한 자극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입맛에 활력을 주는 매운맛의 인기가 떡볶이, 마라탕 등에서 더 다양한 메뉴로 옮겨가며 식문화 트렌드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탄산음료도 인기를 끌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사이다와 콜라의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 매출은 각 1510억원, 2712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4%, 12% 성장했다. 또 탄산수와 에너지음료 매출도 각 494억원, 1184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9%, 10% 증가해 주스 등 다른 음료 카테고리의 매출이 한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매운 음식과 탄산음료의 조합을 즐겨 먹는다는 유모(25)씨는 “코로나19로 외출을 못하게 돼 쌓인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어 자극적인 것들을 자주 먹게 됐다”며 “특히 매운 음식에 탄산음료를 함께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고 말했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탄산음료는 특유의 청량감 탓에 마시는 즉시 속을 뚫어주는 시원함이 있어 스트레스 해소에 제격”이라며 “코로나19로 배달 음식의 수요가 늘었는데, 대표 배달 음식인 치킨, 피자, 족발 등이 탄산음료와 궁합이 좋은 것도 매출 상승에 도움을 줬다”고 분석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