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턴인데 중소기업행?…“납치당했다” 취준생 울린 행안부

입력 2020-09-09 00:07 수정 2020-09-09 00:07
공공데이터 인턴 관련 오픈카톡 채팅방 캡처

행정안전부가 모집한 ‘공공데이터 청년 인턴십’(공공데이터 인턴) 합격자들 중 일부가 애초 공고와 달리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아니라 중소기업으로 발령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지난 7월 한국형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모집한 공공데이터 인턴 8440명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 지역 합격자 45명 중 43명이 중소기업에 배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명만 애초에 약속된 지자체 등에 배치된 것이다. 게다가 공공데이터 인턴 합격자 중에는 미배치 인원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취업률을 높이는데만 매달려 정작 수요 예측에는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데이터 인턴 사업에는 정부 예산만 886억원이 투입됐다.

제주도는 지난 7일 공공데이터 인턴 첫 출근을 앞둔 합격자들에게 “공공데이터 기업 매칭 지원사업과 연계된 청년인턴십에 배정되었다”면서 제주 지역의 중소기업에 배정했다는 내용의 공지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에 배정된 인력은 대부분 5개 기업 사업장으로 나뉘어 배치됐다.

애초 정부는 공고에서 사업 취지를 설명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데이터의 전면 개방 촉진과 공공데이터 생태계 조성을 내세웠다. 실제 근무 장소도 공고에는 중앙행정기관, 지자체(광역시도·시군구), 공공기관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당장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합격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중소기업 매칭을 받을 거면 지원도 안 했을 것” “납치당한 것 아니냐” “취업률 때문에 (그만둘까봐) 출근 이틀 전에 알려줬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공공데이터 청년 인턴 모집 공고에는 근무장소가 중앙행정기관, 지자체(광역시도, 시군구), 공공기관라고 명시되어있다. 채용 사이트 캡처

실제 제주도에도 관련 문의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청에 자리가 있으면 배치하면 좋겠지만 그런 자리가 없었다”면서 “저희는 (기업 매칭에 대해서도) 이미 공지가 다 된 줄 알고 수요 조사할 때 이를 기준으로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제주도는 사정을 설명하기 위해 9일 인턴 합격자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공공데이터 인턴이 사기업에 배치되어 업무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기업 매칭 사업을 통한 지자체와 기업 사이의 공공데이터 업무 자체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공데이터 기업 매칭 지원 사업은 기업과 기관을 매칭하는 것이지 인턴과 기관을 매칭하는 건 아니다”라며 “인턴은 무조건 기존 공고가 나왔던 중앙행정기관이나 지자체, 공공기관에 소속되어야 한다. 제주도에서도 기업이 인턴을 사적 업무에 투입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공데이터 인턴 중 아직 근무 기관을 제대로 배치받지 못한 인원에 대해서 행안부는 “배치를 받지 못했다고 미배치된 건 아니다”라며 “행안부나 정보화진흥원 소속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