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논란이 일었던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재판부가 이춘재(57)씨를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이씨에 대한 법정 내 촬영이 허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재판부가 법정 촬영을 허용할 경우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살인마’가 30년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8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이 사건을 맡은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정제)는 전날 오후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5차 공판에서 “재심 재판 마지막 증인으로 이씨를 소환해 신문하겠다”고 밝혔다.
8차사건 진범 논란을 해소할 결정적 증거인 현장 체모가 30년의 세월이 지난 탓에 DNA가 손상돼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옴에 따라 당사자인 이씨를 직접 법정에 부르기로 한 것이다.
마지막 공판은 11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씨가 정식 증인으로 채택됨에 따라 관심은 ‘희대의 살인마’인 이씨의 현재 모습에 쏠리고 있다. 이씨는 앞서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법정에 증인으로 설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이씨의 증인 출석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재판부가 이씨 증언을 요구한 만큼 구인영장을 발부받아 법정에 서게 할 수 있다.
다만 이씨가 법정에 출석하더라도 이씨 모습이 대중에 공개되려면 법정 내 촬영이 허용돼야 한다.
수감 중인 이씨는 공판 당일에 구속피고인대기실에 있다가 증인 절차가 시작되면 증인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공판 시작 전에 언론사 카메라 등에 포착되긴 쉽지 않은 셈이다.
법정 내 촬영을 하려면 법원이 이를 허가해야 한다.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제4조(촬영등의 제한)에 따르면 “재판장은 피고인의 동의가 있는 때에 한해 촬영 등 행위를 허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촬영 허가 등은 재판부의 재량사항이다 보니 아직 공개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11월 초 이춘재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있다. 적절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이씨가 지난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14건의 살인사건과 9건의 강간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내렸다. 5건의 살인사건은 증거물에서 DNA가 검출돼 이춘재의 범행임이 명백해졌고, 나머지 9건의 살인사건은 DNA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자백으로 충분히 신빙성이 확보됐다는 판단이다.
이 중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한 집에서 당시 13살 학생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듬해 윤모(53)씨가 범인으로 검거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이후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씨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