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말 시작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인플루엔자의 동시 유행이 올 수 있다며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한 가운데 전문가들도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선 ‘명절 대이동 금지’에 준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과 8월 대규모 집단감염 사례에서 보듯 연휴 이후 코로나19 재유행은 이미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를 잡았다는 우려 때문이다. 연휴 기간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지고 사회적 거리두기·실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에 대한 긴장감이 풀어진 틈을 타 코로나19가 확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실책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강제해서라도 명절 대이동을 막거나 그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5월 초 연휴, 8월 초 여름휴가 이후 코로나19 재유행을 이미 경험했는데 추석 때 전국적 이동을 허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가능하다면 정부가 강제해서라도 대규모 이동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이젠 정부가 책임을 돌릴 곳도 없다”며 “이미 투스트라이크 아웃이고 1번만 더 방심하면 삼진 아웃”이라고 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은 발등의 불을 끄는 게 급해 추석까지 고려하기엔 이른 시점”이라면서도 “일일 확진자 수, 감염경로 불명 비율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추석 이전에도 확진자 수가 100명 이상씩 나온다면 대규모 이동은 최대한 자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3밀(밀집·밀접·밀폐) 환경에서 벗어나 있어 그나마 코로나19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농촌의 고령층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2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아직 감염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깜깜이 환자’ 비율이 20%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바이러스 전파가 이뤄질 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도시의 무증상 감염자들이 명절 대이동을 통해 코로나 취약계층인 농촌의 고령자들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하게 된다면 중증, 위증 환자로 악화될 수 있어 특히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명절 대이동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될 수 있는 계절이 가을이기 때문에 방역수칙 준수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가 비교적 낮은 온도인 영상 4℃, 습도 20~30%에서 일주일 이상 생존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며 “가을철엔 낮은 기온으로 인해 밀폐된 실내 환경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집단감염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김탁 교수는 “호흡기 감염이 기본적으로 춥고 건조해지면 더 활발해지기 때문에 가을, 겨울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개연성은 충분하다”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일상의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