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정부와 주 정부 보건장관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 서비스 인력을 대폭 늘리기로 합의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의료 서비스의 디지털화 등 미래 보건위기 대응을 위한 투자도 크게 확대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부와 주 정부 보건장관들은 지난 5일(현지시간) ‘공공의료 종합대책’을 시행하는 데 합의했다. 2026년까지 40억유로(약 5조6000억원)가 투입되는 이번 대책은 공공의료 인력을 5000명가량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날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대규모 공공의료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는 등 공중보건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는 내년 말까지 지방 보건행정 및 보건전문기관에 의료·보건 인력 및 행정인력 1500명이 추가 공급된다. 2022년 말까지 추가로 늘어나는 의사와 간호사, 행정직원 등 보건 관련 인력은 3000명에 달한다.
이번 종합대책으로 의료계의 디지털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간 독일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역 보건소와 주 정부 간에 확진자 집계를 위한 전산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효과적인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독일 전역에서 보건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네트워크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과대학의 정원도 대폭 확대한다. 독일 대연정 다수파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 의원단은 지난 4일 비공개회의에서 중기적으로 의대 입학 정원을 현행 1만명에서 1만5000명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30년을 기점으로 의사 수가 대폭 줄어들 것에 대비해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사의 고령화도 문제다. 독일 의학협회 통계에 따르면 현직 독일 의사 5명 중 1명은 60세가 넘었다.
독일에서 의대 정원 관련 문제를 다루는 의료·교육 정책은 각 지방정부 소관이라 정당 합의가 직접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수파 정당의 당론으로 정해진 만큼 의대 정원 확대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독일에서 대대적인 공공의료 서비스 확대가 추진되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가 마지막 팬데믹은 아닐 것”이라며 다음 팬데믹에 대비해 각국 정부가 공중보건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7일 화상 브리핑에서 “최근 몇 년간 많은 국가들이 의료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전염병 대응의 기초가 되는 공중보건 시스템은 무시했다”고 지적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공중보건은 사회와 경제, 정치 안정성을 위한 토대”라며 “이는 질병의 예방과 발견, 대응 방법 등에 대해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김지훈 이형민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