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부터 FNC까지 ‘세계관’ 열풍… SF영화로도 제작

입력 2020-09-09 06:05
FNC엔터테인먼트 새 보이그룹 '피원하모니의 영화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느 날 사람들에게 분노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세상은 폐허가 된다. 다른 차원에 흩어진 소년들은 아포칼립스화 된 세상을 구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북두칠성을 이끄는 희망의 별 알카이드와 악마의 별 알코르(사조성)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SF적 상상력이 소년들의 휴머니즘적 성장 서사에 녹아든다.

이 영화의 제목은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 다음 달 데뷔하는 FNC엔터테인먼트 신인 6인조 보이그룹 피원하모니(기호·테오·지웅·인탁·소울·종섭)의 세계관을 영화화한 프로젝트다. 다음 달 8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앞서 ‘계춘할망’ ‘표적’ ‘고사: 피의 중간고사’로 준수한 연출력을 선보인 창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피원하모니 멤버들과 정진영 정용화 김설현 조재윤 최여진 정해인 등 굵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 영화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최근 전 세계 대중문화시장을 사로잡고 있는 K팝과 K무비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여서다. 가수들의 무대 뒷모습을 담는 다큐멘터리 형식 영화는 이따금 얼굴을 비췄지만, 영화 제작진과 연예기획사의 협업으로 본격적인 영화가 제작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특히 K팝의 세계적 흥행을 견인한 배경 중 하나로 꼽히는 ‘세계관’을 전면에 세운 콘텐츠여서 독특하다.

세계관은 세상을 바라보는 개인 혹은 집단의 시각을 뜻한다. 철학적으로 전유 되던 이 용어는 현대 문화 트렌드에 접목되면서 소통의 매개로 자리 잡았다. 그 트렌드 중심에 있는 K팝은 팬들과 세계관을 함께 쌓아나가는 방식으로 문화적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앞서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의 창 감독도 “K팝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음악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차별점이 있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첫머리에 거론되는 사례로는 최근 빌보드 핫100을 석권한 방탄소년단(BTS)이 있다. BTS 유니버스(BU·BTS Universe)는 K팝 팬들에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보다 더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털사이트에는 BTS 세계관을 파고든 글들이 부지기수로 이어진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에 직접 인증한 BU 콘텐츠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전 세계 아미(BTS 팬덤)들을 사로잡은 BTS의 세계관에는 ‘위로’ ‘희망’ ‘성장’과 같은 청춘의 키워드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등에는 BTS가 전하고픈 메시지가 한가득 담겨 있는데 팬들은 음악 가사와 뮤직비디오 이미지를 연결하며 세계관을 함께 구축해 나간다. 가령 청춘의 아픔을 노래한 앨범 ‘윙스’에서는 헤르만 헤세 소설 ‘데미안’이 모티브로 사용됐다. 주인공 싱클레어의 성장담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SM엔터테인먼트 그룹 엑소는 이 같은 K팝 세계관을 가장 먼저 구축한 사례로 꼽힌다. 태양계 외행성을 뜻하는 ‘엑소플래닛’에서 팀명을 따온 엑소 멤버들은 행성에 왔으며 각각의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뮤직비디오와 가사에 담긴 엑소만의 특별한 세계관을 분석하는 이른바 엑소 학자들도 생겨났다. 엑소와 샤이니, NCT 127, 웨이션브이 등 SM의 주축들로 구성된 그룹 ‘슈퍼엠’도 SM이 이때부터 시도해온 세계관 구축의 연장선이다.

탄탄한 세계관 구축이 가진 파급력을 확인한 K팝 시장에서 세계관을 앞세운 그룹이 더 많아지는 것은 명약관화다. 최근 지식재산권(IP) 콘텐츠 붐을 마주한 문화계에는 K팝 그룹들이 가진 세계관에 주목하고 있다.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비롯해 영화·드라마·웹툰·게임·뮤지컬·연극 등이 K팝 세계관과 접목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해서다. 일례로 한국 게임 콘텐츠와 K팝을 발랄한 상상력으로 조합한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가상 걸그룹 K/DA에는 그룹 (여자)아이들 미연과 소연이 포함돼 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