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을 가수이자 ‘아마추어 화가’라고 했다.
‘그림 대작 사건’으로 사기죄로 기소됐다가 지난 6월 대법원에서 5년 만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조영남(75)씨의 말이다. 그는 8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피카프로젝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곳에선 1일부터 ‘아트, 하트, 화투 그리고 조영남’전(11월 30일 까지)이 열리고 있다. 196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작품을 망라한 회고전 성격으로 50점이 나왔다. 그는 대법원 판결 이후 지난달 천안에서 먼저 열린 개인전에 이어 서울에서도 전시를 열며 광폭 행보를 보인다. 그런데도 거듭 ‘아마추어’임을 강조했다.
대작 사건과 관련해선, “이게 내 팔자다. 나이가 드니까 소리도 안 나오고 늙었으니 이제는 그림 그려서 먹고 살아라. 그래서 ‘우리가 키워줄게’ 하며 국가가 화가로 5년간 키워 준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거, 말이 그렇지 네 명 대법관 앞에 서면 달달 떨린다. 이 일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호화롭게 전시할 수 있었을까. 덕분에 스토리가 있는 화가가 됐다. 나라에서 화가로 만들어줬다”고 강조했다.
아마추어를 표방하고 있지만, 전시를 하고 작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중적 거부감에 관해 묻자 “그래서 제가 안티가 많은 연예인인 것 같다. 어떡하나요. 견디어야지”라고 말했다.
이제는 ‘대작’에서 대해서도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조수가 그린 몇몇 그림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그래도 저는 ‘파이널 터치’했다. 이 시대는 파이널 터치를 안 하고 (조수가 그린 작품에 대해) 그냥 오케이로 하는 일도 있다. 저는 검찰에 가서 저는 최소한 파이널 터치했으니 아무 죄도 없다”고 했다.
천안 아산갤러리에서는 갤러리의 제안으로 내년 여름 조수를 공모해 작품을 그리는 행사를 벌인다. “10명 가까이 뽑아서 방송으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거기서 제가 직접 지시해서 화투 그림을 그리게 될 거예요.”
8월 12일 개막한 천의 아산갤러리는 분기별로 작품을 교체하며 조영남 개인전을 1년간 이어간다.
조씨는 화투뿐만 아니라 바둑알, 소쿠리, 태극기 등을 활용한 꽃, 정물, 자화상, 음표 작품들로 유명하다. 서울 피카프로젝트 전시에서는 시그니처 시리즈인 화투 그림은 30점 정도가 나왔다.
조씨는 고등학교 때 미술부장을 하며 그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28세 때인 1973년 인사동 한국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약 50여 회 개인전을 했다. 작품 수는 회화, 설치, 조각, 행위예술 등에 걸쳐 약 2000점에 이른다. 기소된 작품으로 보면 평균 700만원 정도에 거래됐다. 글·사진=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