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220만 특수고용직 노동자(특고)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노동계·경영계 곳곳에서 파열음이 새어 나와 연착륙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국무회의에서 특고의 고용보험 적용 등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특고와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에 관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고의 고용보험 적용 법안은 자동 폐기됨에 따라 정부 입법안으로 재추진되는 것이다.
특고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의 노무를 제공하고 그로부터 대가를 얻는 노동자다. 개인 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다. 개정안은 특고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의무 가입시키지만, 구체적 대상(직종)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보험설계사·건설기계 조종사·학습지 교사·골프장 캐디·택배 기사·퀵서비스 기사·신용카드 모집인·대리운전 기사 등 14개 직종이 거론된다.
고용보험료는 특고 노동자와 사업주가 공동 부담하지만, 기존처럼 절반씩 부담할지는 미정이다. 특고는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사업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실업급여 보험료만 부과하면 된다. 실직한 특고 노동자가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이직일 전 24개월 중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하고 자발적 이직 등 수급자격 제한 사유에 걸리면 안 된다. 다만 소득감소로 이직한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저소득 특고 노동자의 보험료를 80%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대한 내년 예산은 약 600억원이다. 월 소득 220만원 미만인 특고 노동자 약 43만명이 지원 대상이다.
‘고용 안전망 사각지대 해소’라는 정책 목표에도 불구하고 특고 노동자의 고용보험 당연 적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사업주들은 이직이 잦고 소속 노동자로 보기 어려운 특고의 보험료까지 부담하는 것이 불만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 입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은 사업주 측의 요청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며 “고용보험 당연 가입 요건 완화와 보험료 분담비율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특고 노동자도 반발하고 있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데 매달 고정으로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특고 노동자 2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62.8%가 고용보험 당연 적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역차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특고 노동자가 보험료를 내야 하는 기간은 일반 근로자보다 길게 24개월 중 12개월을 내도록 했다”며 “보험료율은 노사가 공동부담한다는 원칙만 결정돼 있고 정확한 비율이 결정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