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 번째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프랑스 내 급격한 확산에도 유관중 대회로 치러진다. 대회를 주최하는 프랑스테니스협회(FFT)는 여론의 집단 감염 우려에도 문제없이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FFT는 8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테니스 투어 대회가 재개된 이후 프랑스오픈은 처음으로 관중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래 지난 5월 말 개막 예정이었던 프랑스오픈은 코로나19 탓에 개막이 4개월 미뤄져 오는 22일 예선 일정을 시작한다.
프랑스는 신규 확진자 수가 6일 기준 7071명에 달할 정도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 3월부터 약 두 달 동안 시행한 봉쇄령 덕에 코로나19를 어느 정도 통제하는 듯 보였지만 여름휴가를 보냈던 사람들이 직장으로 돌아오고 학교가 개학하면서 확진자 수가 크게 늘었다.
게다가 스포츠는 유럽에서 ‘집단 감염’의 우려가 큰 분야 중 하나다. 영국에선 지난달 30일 열린 한 자선 축구경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수백명이 자가 격리에 들어갔고, 프랑스 현지에서도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를 대비해 대표팀에 소집된 킬리안 음바페(PSG)가 8일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 PSG에선 음바페를 포함해 선수 총 7명이 확진된 상태다. 테니스에서도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가 6월 12일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에서 ‘아드리아 투어’란 미니 투어대회를 개최했다가 선수와 스태프 포함 총 7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바 있다.
그럼에도 FFT는 안전 개최를 자신하고 있다.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경기장의 독특한 구조가 자신감의 가장 큰 이유다. 가장 서쪽의 야외 훈련 코트부터 동쪽으로 시몬느 마티유(3코트), 필리페-카르티에(메인코트), 수잔느 렝글렌(2코트)가 늘어서 있는데 총 길이가 1㎞, 부지 면적이 120000㎡에 달한다. FFT는 관중과 선수들의 입·퇴장 흐름을 정확히 관리하고, 경기장 안에선 마스크 착용·손 세정제 사용·관중석 간 거리두기와 칸막이 설치 등 대책을 엄격히 시행한다면 집단 감염을 막을 수 있단 생각이다. 선수와 스태프들에겐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한다.
FFT는 파리 지역의 스포츠 경기에 5000명의 관중 입장을 허용한 프랑스 정부 방침에 따라 매일 필리페 카르티에와 수잔느 렝글렌엔 5000명씩, 시몬느 마티유에는 1500명씩 총 1만1500명의 관중을 받는단 방침이다.
장-프랑수아 빌로트 FFT 사무총장은 “우리는 사람들이 엄격한 방역 지침만 준수한다면 스포츠를 즐기고, 사회생활을 하고, 사람들 간 상호작용 할 수 있단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며 “우리는 이번 대회를 완벽해 개최해 하나의 예시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지장 받는) 경제 상황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FFT의 확신에도 우려는 불식되지 않았다. AP통신 등 외신은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중을 받으려 한다”며 FFT를 비판했다. 선수들의 이탈도 시작됐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여자 단식 랭킹 1위 애슐리 바티(호주)는 이날 불참 의사를 밝혔다. 바티는 코로나19로 인해 US오픈에 불참한데 이어 메이저대회에 2회 연속 불참하게 됐다.
다만 남자 단식엔 조코비치를 비롯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US오픈을 건너뛴 ‘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도 출전한다. 나달은 클레이 코트에서 벌어지는 이 대회 최다 우승자(12회)로, 지난해에도 우승한 바 있다. 한국 선수 중엔 권순우(73위·CJ제일제당 후원)가 본선에, 정현(144위·제네시스 후원)이 예선에 출전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