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빼앗긴 성장, “올해 경제성장률 -1.1%”

입력 2020-09-08 16:09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에서 -1.1%로 결국 하향 조정했다. 지난 5월 전망치를 발표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점차 진정세를 보이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 8월 중순부터 급격히 재확산하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을 통한 ‘V자 반등’은 불가능해졌다고 본 것이다.

KDI는 8일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1.1%로 역성장할 것이라고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5월 상반기 경제 전망에서 밝힌 0.2%보다 0.9%포인트 내린 수치다.

상반기 하반기 정기적으로 경제 전망을 내놓는 KDI가 그 외에 수정 전망치를 제시한 것은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돼 전국적인 2차 대유행으로 이어진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경제 회복 전망에 큰 변수로 작용하면서 전망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KDI도 지난 5월 전망을 내놓을 때 ‘코로나 19 확산이 국내에서는 상반기부터, 전 세계적으로는 하반기부터 둔화될 경우’ 경제성장률 0.2%를 달성하리라 전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제 활동이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회복될 경우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그럴 경우 경제성장률이 -1.6%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현재 한국 상황이 이 최악의 시나리오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도 경기 회복이 제한된 수준에 그치면서 기존 전망치(3.9%)보다 낮은 3.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올해와 내년을 보면 연평균 1.2% 성장하는데 이는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수준”면서 “내년에도 정상 경로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망치도 9월 중에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하 유지가 전제됐다. 상황이 악화돼 3단계까지 진행될 경우 성장률은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경기 ‘V자 반등’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이번에 전망을 제시할 때 V자 회복은 아닌 것으로 봤다”면서 “(경제)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현재로서는 하위 시나리오(-1.6%)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민간소비는 -4.6%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전망치(-2.0%)보다 2.6%포인트나 낮췄다. 내년 전망치도 5.3%까지 기대했던 것을 2.7%로 낮춰잡았다. 경기 부진에 따라 소득도 감소하면서 민간 소비가 단시일 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0.5%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에는 경기와 유가가 부분적으로 반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7%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근원물가는 올해 0.4%, 내년 0.7% 상승할 전망이다.

취업자 수는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위축되면서 올해 15만 명 감소한 후 내년에는 15만 명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업률은 올해 4.0%, 내년 4.1%로 지난해(3.8%)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설비투자는 코로나19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작년의 기저효과와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 등으로 올해 4.2%, 내년 4.8%로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 건설투자는 올해 토목 부문이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1.1% 증가하고 2021년에는 건축 부문도 회복세를 보이며 3.1%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은 올해 4.2% 감소한 이후 내년 3.4% 증가하며 회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상반기에 서비스 수출뿐 아니라 상품 수출도 큰 폭으로 위축됐으나 하반기부터는 상품 부문을 중심으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은 올해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해 -4.2%를 기록한 이후 내년에는 3.7%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경상수지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이 위축되면서 올해 57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후 내년에는 소폭 반등한 580억 달러 흑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품 수지는 작년(769억 달러)보다 축소된 644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후 2021년에는 658억 달러까지 흑자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올해와 내년 서비스·본원·이전소득수지는 작년(-169억 달러)보다 적자 폭이 축소된 -76억 달러, -77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