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57일 앞둔 7일(현지시간)은 노동절이었다. AP통신은 대선이 있는 해의 노동절은 후보들이 마지막 전력질주를 시작하는 비공식적인 출발점이라고 전했다.
재선에 도전했던 현직 미국 대통령들은 전통적으로 노동절엔 다른 지역을 찾아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백신 개발에 장밋빛 낙관론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멍청한 사람(stupid person)”이라고 맹비난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번 대선의 격전지이자 ‘러스트 벨트(쇠락한 철강·제조업 지역)’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를 방문했다. 이곳엔 미국 최대 노동단체인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본부가 있다. 바이든 후보는 노조의 심장부를 찾아 ‘노동자 표심’ 잡기에 주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주 빨리 백신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마도 ‘매우 특별한 날짜(a very special date)’ 이전이 될 수 있다”면서 “여러분들은 내가 말하는 시점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미한 날짜는 올해 미국 대선이 실시되는 11월 3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 백신 개발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CNN방송은 “11월 중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백신을 승인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시점에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면서 “또 백신이 승인되더라도 미국 전역으로 보급되기까지는 많은 달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매특허인 ‘바이든 때리기’도 계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은 미국이 바이러스에 굴복하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또 “바이든은 우리 가족들이 폭력적인 좌파 폭도들이 굴복하기를 원하고, 우리 일자리들이 중국에 굴복하기를 원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바이든과 그의 매우 진보적인 러닝메이트(카멀라 해리스)는 내 생각엔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며, 미국과 미국 경제를 파괴할 것”이라며 “이들은 신중하지 못한 반(反) 백신 언사에 대해 즉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백신 개발과 관련해선 “트럼프를 믿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AFL-CIO 본부에서 리처드 트럼카 위원장을 만났다. 바이든 후보는 이 자리에서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필수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고, 노조의 조직력과 협상을 강화시킬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후보는 “월스트리트(미국 금융중심지)가 이 나라를 만들지 않았다”면서 “여러분들, 위대한 미국의 중간계급이 (이 나라를) 만들었으며, 중간계급은 노조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노조를 치켜세웠다. AFL-CIO는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2016년 대선에서 미국 중동부의 대표적 러스트벨트 지역이자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평가 받았던 펜실베이니아주와 위스콘신주, 미시간주 3개 주를 잃으면서 패배했다. 바이든 후보가 노동절에 펜실베이니아주의 AFL-CIO를 찾은 것은 철강·제조업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이들 3개 주를 반드시 되찾겠다는 의도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각각 위스콘신주를 찾아 노동자들을 만났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