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20대 엄마가 밤새 술을 마시며 승용차 안에 15시간 동안 어린 두 딸을 방치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사건 당일은 40도를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 날이다.
7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가가와(香川)현 다카마쓰(高松)시에서 지난 3일 6세와 3세 여아가 BMW 승용차 안에서 열사병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모친인 A씨(26)가 유기치사 혐의로 4일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일 밤 9시부터 3일 낮 12시40분까지 15시간 이상 승용차에 두 딸을 방치했다. A씨는 승용차를 세워둔 주차장에서 가까운 두 곳 음식점에서 혼자 술을 마셨고 세 번째 음식점에선 평소 알던 남성과 함께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남성의 집까지 갔다가 차로 돌아왔다.
사건 발생 당일인 3일 니가타(新潟)현 일부 지역의 기온은 40도 이상을 기록하며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일본기상청 관측 사상 9월에 40도 이상의 기온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주차장으로 돌아온 A씨는 차를 도로 위로 옮긴 뒤 119에 신고했다. A씨가 딸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이 인근 주민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이 주민은 함께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아이들은 반응이 없었다. 구급차가 도착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두 딸은 결국 숨졌다.
A씨는 이 주민에게 “지병이 있어 2시간 정도 화장실에 갔다 왔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주변 CCTV와 술집 종업원 증언 등을 통해 A씨의 동선을 밝혀내 ‘보호 책임자 유기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체포 후 A씨는 아이들을 방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차에 에어컨을 켜 놓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함께 술을 마신 남성은 아이들이 차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