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하도 많아 제비뽑기했다” 추미애 아들 통역병 녹취록

입력 2020-09-08 04:57 수정 2020-09-08 09:25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 관련 부대 장교들의 녹취록을 공개했던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이번엔 부대 배치 청탁 관련 녹취록을 추가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신 의원실은 8일 조선일보를 통해 지난 2017년 11월 평창올림픽 통역병 선발을 담당했던 주한미8군한국군지원단장 A대령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한국군지원단장은 카투사 병력 관리의 최종 책임을 지는 연대장급 지휘관이다.

A대령은 서모 일병(추 장관 아들)이 동계올림픽 통역관으로 갔냐는 신 의원 보좌관의 질문에 “안 갔다”고 답하며 “그걸 보내라는 청탁이 장관실이나 국회 연락단에서 많이 오고 부하들한테 하고 그랬는데, 선발 방법을 바꿨다. 제비뽑기로”라고 말했다.

A대령은 “내가 2사단 지역대장한테 그거 너희 잘못 했다간 큰일 난다 해서 카투사 2사단 서 일병까지 포함해 2사단 지원한 애들 다 집합시켜놓고 내가 거기서 너희가 하도 청탁을 많이 해서 내가 제비뽑기한다. 문제 있는 애들은 손들어보라 해서 없기 때문에 뽑기로 해서 내가 떨어뜨렸다”고 했다.

A대령은 “그거는 그래서 안 갔고 나중에 추가로 또 보내 달라고 한 것을 내가 또 막았고 처음에 2사단 와서 용산으로 보내 달라고 하는 것도 내가 규정대로 했다”고 했다.

A대령은 또 서씨가 5주 동안 훈련 기간을 끝내고 수료식을 하던 날 추 장관의 남편과 시어머니를 만났다고 말했다. A대령은 신 의원 보좌관과의 통화에서 “내가 직접 추 장관 남편 서모 교수와 추 장관 시어머니를 앉혀 놓고 청탁을 하지 말라고 교육을 40분 했으니까”라고 말했다.

다만 A대령은 누가 서씨를 용산으로 옮겨달라고 청탁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앞서 같은 당 김도읍 의원실은 “추 장관 아들 서씨가 휴가 연장뿐 아니라 부대 보직 배치 등 군 생활 전반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추 장관 측은 “외압이 있었다는 가정을 전제로 답변할 수는 없다”며 “통역병 선발이 그렇게 (큰) 특혜인지 모르겠다. 그게 어려운 일이냐?”고 말했다. 추 장관 측은 또 “군대를 빼주는 게 아니라 영어 쓰는 사람들이 가서 경력을 쌓게 해주는 정도인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선발) 안 됐으면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부연했다.

군은 2017년 11월, 이듬해 평창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에 파견할 통역병을 모집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나 국제회의 등 통역병 경력은 갖추기 어려운 스펙으로 통한다. 당시 카투사 부대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추 장관 아들 측 변호인단도 “부대 배치에 청탁 운운하는 것은 믿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추 장관 측은 “그동안 사건과 관련해 일절 보고받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보고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