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독극물 테러로 사경을 헤매던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4)가 18일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나발니를 치료 중인 독일 베를린 샤리테병원은 나발니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언어적 자극에 반응을 보이는 등 차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항공기에서 차 한 잔을 마신 뒤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사건 직후 나발니 측은 러시아 당국의 독극물에 공격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에게서 독극물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를 부인했다.
나발니는 사건 발생 이틀 뒤 독일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아 베를린으로 옮겨졌다.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그의 몸에서 치명적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가 독극물 테러를 당했다는 것을 입증할 의심의 여지 없는 증거가 있다고도 했다.
나발니는 그간 러시아 야권의 구심점으로 활동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불린 인물이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가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유럽연합(EU)과 함께 제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