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잇달아 열리는 아세안(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계기로 한 미국과 중국의 노골적인 ‘줄 세우기’ 압박이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이 연일 ‘대중 연합체’ 참여를 독려하는 데 대해 우리 정부는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1월 미 대선 이후에는 양자택일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이번 주 미국 방문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10여년 전부터 남중국해 이슈는 미국과 중국이 같이 참여하는 회의를 중심으로 얘기가 있었고 올해도 그럴 것”이라며 “여러 차례 남중국해 문제가 언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는 9일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한·아세안, 1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순으로 진행된다. 이 중 미국과 중국이 맞닥뜨리는 회의는 EAS와 ARF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미 인도와 중국의 국경분쟁을 아세안 회의에서 다룰 것을 예고했다. 뤄자오후이 외교부 부부장은 “남중국해를 불안에 빠뜨리는 건 미국의 이익과 글로벌 야심에만 부합하며 지역 국가들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미국을 추종하는 아세안 국가들에 일종의 ‘경고’를 던진 상태다.
미국은 대중 연합체 구상을 좀 더 구체화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키우고 있다. 미국 인도 일본 호주 4개국이 참여하는 비공식 안보회의체 ‘쿼드’를 나토 같은 다자안보동맹으로 공식기구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쿼드 플러스’라는 개념을 띄우며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외교부는 “미국으로부터 (쿼드) 참여 요청을 받은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미 대선 이후에도 이런 줄타기를 이어가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스윙보트 지역 눈치를 보지 않고 중국을 압박할 것이고, 민주당으로 교체되면 동맹국 참여라는 기존 방침을 실행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지는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미 대선 이후)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 하도록 만드는 사안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 차관의 이번 주 미국 방문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의 대중 경제의존도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에서 미·중 양자택일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미국과 동맹은 유지하면서도 반중은 어렵다는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해석했다. 최 차관은 미국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등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