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의사 좀 늘려달라” 이라크의 의사 파업

입력 2020-09-08 00:10 수정 2020-09-08 00:10
이라크 의대 졸업생들이 복지부 건물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바그다드 포스트 트위터 캡처

이라크 의료진과 의대생들이 고용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약 2만명의 의사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이라크를 빠져나가면서 의료진이 부족해졌음에도 정부가 의사를 충원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6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라크 의료진은 정부의 자금 부족으로 의사 고용이 어렵게 되면서 수천명의 의대 졸업생과 의료진이 실직한 데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병원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나라 중 하나다. 7일 오후 기준 이라크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6만370명을 기록했다. 총 사망자는 7512명이다. 환자는 늘고 있는데 의사 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이라크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0.8명에 그친다. 1인당 의사와 간호사 수가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다.

이라크 의학협회장 압둘 아메르 무신 후세인은 2300명에 가까운 의대 졸업생이 의사로 취업하지 못하면서 코로나19 퇴치에 어려움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안전에도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의사 44명이 사망했고 1500명 이상이 감염됐다. 내과 의사들이 거쳐야 하는 수련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이라크 정부가 의사 수를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석유 수입 감소로 인한 자금 부족에 있다. 수입의 95% 이상을 차지했던 석유 판매 수입이 올해 50% 이상 감소하며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이라크 정부가 7월 각료위원회를 구성해 의대 졸업생을 채용할 방안을 찾았지만 재정부는 예산 부족으로 거부했다.

의료진 채용 확대를 요구하는 이라크 의료진과 의대생의 시위는 이틀 동안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제외한 부분파업으로 진행된다. 이후에도 정부가 의료진 채용 인원을 늘리지 않는다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법에 따라 7년간 이라크에서 의무복무를 마치기 전에는 의사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라크 밖에서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