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여전히 3만~4만명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가을학기 문을 연 대학 도시들이 ‘팬데믹 최전선’ 위기에 몰렸다. 코로나19로 재정이 악화되자 학생들의 등록을 유도했다가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재앙에 휘말린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텍사스, 아이오와, 노스 캐롤라이나 등 100여곳의 지역에 대학생들이 돌아오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최소 7500만 달러(약 891억원)의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오와대는 지난달 캠퍼스로 수천명의 학생들을 불러들였다. 아이오와대는 바이러스 확산을 최대한 막기 위해 전체 수업의 4분의 1만 대면 수업으로 진행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개강 직후 아이오와대가 위치한 아이오와시티는 ‘팬데믹 핫스폿’이 됐다. 학생들은 길거리와 술집에서 턱스크를 한 채 모이고, 마스크 착용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자가격리돼야 하는 사람들과 접촉하는 경우도 있었다.
매사추세츠주 노스이스턴대는 최근 대학의 방역 지침을 어기고 임시 기숙사로 사용 중이던 호텔방에 모여 놀다가 적발된 신입생들을 이번 학기 동안 추방하기로 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대학 측은 이들에게 즉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24시간 이내에 캠퍼스를 떠나라고 통보했다. 가을 학기에 낸 3만6500달러(약 4300만원)에 달하는 학비는 돌려주지 않을 방침이다.
뉴욕 맨해튼 소재 뉴욕대(NYU)도 코로나19 지침을 위반한 학생 20여명을 정학 처리했다. 뉴욕대는 학생들에게 기숙사에 입주하기 전 코로나19 검진을 받고 14일간 자가격리를 하도록 하는 등의 지침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지키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주말인 지난 5일 밤에도 학교 인근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는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파티를 벌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학교 측은 트위터를 통해 “파티를 삼가고 술집에 가지 말고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자”면서 “(정학 처분을 받는) 다음 차례가 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대학 측에 추가 발병 사태를 막기 위해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지 말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WP는 “코로나19는 다양한 형태로 대학들의 재정에 타격을 줬다”면서 “학생들이 갭이어를 선택하거나 기숙사 이용을 취소하고, 대학은 방역을 위해 추가 예산을 사용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스포츠 행사 등은 취소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대학도시들의 확진자가 급증한 것에 비해 사망자 수는 증가하지 않았다”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젊은 층이 노인보다 치사율이 낮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 통계는 대부분의 감염이 캠퍼스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감염된 대학생들이 지역 사회 전체에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사실이 지역 당국을 두렵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