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와 전임의들이 무기한 집단휴진에 들어간 지 18일 만인 8일 병원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부는 파업 강행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어 실제 복귀가 얼마나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이 피해를 입거나 정부·여당이 의정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전체 전공의를 상대로 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집단행동 유보 및 의료현장 복귀 계획을 밝혔다.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8일 오전 7시 단체행동 수위를 1단계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전협 측이 내놓은 단계별 단체행동 로드맵에 따르면 1단계는 전공의 전원이 업무에 복귀, 참여하는 단계다. 2단계가 되면 전공의 전원이 필수유지업무 이외의 업무를 중단하며 3단계에는 모든 전공의가 업무를 중단한다.
대전협은 이날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여당의 합의에 문제가 있었지만 최소한 이를 이행하려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연주 대전협 부회장은 간담회에서 “집단행동을 계속한다면 상당한 국민 여론이 등을 돌릴 것”이라며 “정책을 강행할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파업의 여지는 남겼다. 대전협은 정부·국회가 합의를 이행하지 않거나 의대생들이 피해를 볼 경우엔 언제든 다시 거리로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지현 위원장은 “2주 내에 (의대생들의) 국시를 재응시시키거나 연기하지 않는다면 단체행동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의협 산하 지역 의사회나 개원의 단체 등도 강경파에 힘을 실어줬다. 경기도의사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이날 각각 성명을 내 의정 합의문에 서명한 최대집 의협 회장을 비판하고 새로운 투쟁 조직 구성을 촉구했다.
앞서 대전협은 의료현장에 복귀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6일 내놨으나 강한 내부 반발로 복귀 시점을 유보했다. 이날 박 위원장을 포함한 대전협 비대위 집행부는 현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총사퇴했다.
공식적으론 파업 중단 결정이 나왔지만 외래, 수술 등 병원 업무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내일 오전이 돼봐야 실제 복귀 여부를 알 수 있다”며 “수술·진료 일정은 일찌감치 미뤄뒀기 때문에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협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각 병원별로 전공의들이 복귀일정을 따로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전남대병원 전공의들은 파업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며 대전권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들 역시 복귀 시점을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양보하며 일단락됐으나 의사단체 바깥에선 의정 합의에 국민이 배제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참여연대 등은 “졸속 합의”라고 비판하며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