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中 압박에 굴복…“나는 대만인” 상원의장 외교 업무 배제

입력 2020-09-07 17:45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뉴시스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최근 상원의원단의 대만 방문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나는 대만인”이라고 말한 밀로시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을 외교정책에서도 배제할 방침이다.

로이터는 6일(현지시간) 제만 대통령이 체코 프리마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상원의장단의 대만 방문은) 소년 같이 유치한 도발”이라며 “비스트르칠 의장을 외교 정책 담당자들과의 회의에 초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비스트르칠 의장이 이끄는 체코 방문단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대만을 방문했다. 이는 체코가 민주화를 이룬 1989년 이후 최고위급의 대만 방문이었다. 특히 비스트르칠 의장은 지난 1일 대만 입법원 연설에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 연설을 연상시키는 “나는 대만인”이라는 연설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대만 입법원에서 연설하고 있는 밀로시 비스트르칠 체코 상원의장 AP뉴시스

하지만 이런 비스트르칠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제만 대통령이 2013년 취임 이후 강력하게 추진해온 친중 정책은 큰 위기에 봉착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공개적인 도발이자 선을 넘은 행동”이라며 “중국은 필요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보복을 암시했다.

체코의 많은 회사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체코의 주요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 소속의 스코다 오토의 가장 큰 시장은 중국이다.

다만 중국의 경고에 대해 제만 대통령은 “이번 방문으로 체코 기업들이 다소 영향을 받게 되겠지만 중국의 관련 언급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체코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피해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