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첫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을 역설했다. 집권 여당 대표이자 유력 대권주자로서 밝힌 첫 국가 청사진으로, 문재인정부의 혁신적 포용국가론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위한 국가 대전환 방안까지 거론하면서 이번 교섭단체 연설은 대선 출사표를 방불케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 연설 중 ‘제가 꿈꾸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일류국가’ 부분에서 행복·포용·창업·평화·공헌국가의 5대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복지국가에서 행복국가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다”며 “복지국가는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행복국가는 건강·안전·문화·여가 등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소득, 성별, 지역 등으로 차별받지 않는 포용국가, 제2 벤처붐을 위한 창업국가, 남북관계 신뢰회복을 위한 평화국가, 국제사회 중견국가로서 세계에 공헌할 수 있는 공헌국가를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이 대표는 연설 시작부터 코로나19 희생자를 애도하고, 이로 인해 사라진 평범한 일상을 섬세한 언어로 조명해 주목받았다. 그는 “전쟁은 생명만 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도 송두리째 앗아간다”며 “코로나19와의 전쟁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깨달았다. 소소한 일상이 엄청난 행복이었다는 것을”이라며 “차 한잔 홀짝이려 마스크를 벗는 순간, 소중한 사람의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본 순간이 행복이었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어떤 국난도 극복하며 꿋꿋하게 살아왔다”며 “식민의 착취도, 전쟁의 폐허도 이겨냈다. 우리는 코로나 전쟁에서도 이길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2차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정부 지원이 피해계층에 집중돼야 한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세상이 그렇듯, 재난도 약자를 먼저 공격한다. 재난의 고통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며 “고통을 더 크게 겪으시는 국민을 먼저 도와드려야 한다. 그것이 연대이고, 공정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선별지급에 따른 불공정 논란과 피해의식이 확대될 것이라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의 우려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후 대전환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밀려난 피해·낙오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마스크 세대, 요즘 아이들을 M세대라고 부른다”며 “M세대의 미래에는 개발, 성장, 경쟁, 효율이 아닌 생명, 평화, 포용, 공존이 중시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미 대전환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염병전문병원 권역별 설치 등 건강안전망,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안전망, 디지털뉴딜 등 한국판 뉴딜 및 신산업, 성평등, 세종시 수도인정 등 국토 균형발전을 대전환을 위한 주요 과제로 꼽았다.
당대표 출마선언, 전당대회 연설 등에서 거시적 의제에만 몰두했던 반면 이번엔 구체화된 정책 제안을 던짐으로써 수권 능력을 내보이려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위기 극복을 위한 대전환을 어떻게 이뤄야 하는지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지도자로서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계승하면서도 한 단계 더 발전된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가현 강준구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