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증 일으키는 원인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입력 2020-09-07 17:29

국내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코로나19 중증도를 개선할 치료제 개발에 기대감을 높였다는 평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이홍규 의과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호중구’와 ‘당질코르티코이드’ 연관성을 통해 코로나19 중증도를 결정짓는 인자를 찾아냈다고 7일 밝혔다.

호중구는 세균·곰팡이 등에 대응하는 면역세포로 혈액 내 백혈구 중 50~70%를 차지한다. 연구팀은 호중구의 과활성화로 인해 중증 코로나19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쉽게 말해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호중구 면역세포 활동이 급격히 늘면서 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호중구는 그동안 세균·곰팡이 감염에서만 중요성이 알려졌고, 바이러스 감염 시에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대식세포 등의 골수 유래 면역세포 내에서 발현하는 케모카인에 의해 호중구 유입이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케모카인은 백혈구 유주작용과 활성화 작용을 하는 단백질이다. 골수에서 유래한 면역세포 내의 당질코르티코이드(콩팥 근처 부신의 부신 겉질에서 생성되는 호르몬) 수용체 발현이 호중구의 유입·활성으로 이어진다는 결과다.

코로나19는 사람마다 증상이 달라 환자의 중증도 예측이 중요하다. 다만 대다수 중증 환자들은 급성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고 폐 조직의 심한 손상이 관찰된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호중구 등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면서 장기를 손상시키는 경우다. 연구결과는 중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예측해 장기 손상에 대응하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중증도를 결정하는 바이오 마커를 발굴한 것 뿐 아니라 덱사메타손 등 당질코르티코이드 억제제를 활용해 중증도를 개선할 치료제 개발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이뮤놀로지’(Frontiers in Immunology) 지난달 2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