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임기 만료일은 10일이다. 요즘 산업은행 안팎에서는 이른바 ‘3무(無)’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 회장 후임에 대한 하마평이 없고, 당사자인 이 회장 본인의 입장도 없고, 임직원들은 아는 정보가 없다. 과거 수장이 바뀔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불확실성의 여파”라며 “현 시국을 감안할 때 인사권을 행사하는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이 회장을 비롯해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카드사, 금융 공기업과 금융관련 협회 수장 등 10여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인사 태풍’ 급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예년과 비교할 때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연초부터 진행 중인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연임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와 다르지 않다.
산은 이 회장을 두고서도 줄곧 연임 얘기가 흘러나온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두산그룹 구조조정 등 굵직한 현안이 진행 중인데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산은의 업무 연속성 등이 연임 쪽으로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금융위에서는 별다른 동향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만약 이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이형구 전 총재 이후 26년만에 연임 회장이 탄생하게 된다.
KB금융지주도 후임 인선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오는 11월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데, 지난달 말 윤 회장을 포함해 4명의 후보자군이 결정됐다. 오는 16일 최종 후보가 선정된다. 업계의 관심은 윤 회장의 3연임 여부다. 국민은행 안팎에서는 윤 회장의 경영실적 개선과 안정적 조직 운영을 높게 평가하면서 3연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각각 오는 11월, 12월에 임기를 마친다.
카드 업계의 경우, 주요 8개 카드사 가운데 4곳의 CEO가 오는 12월 임기를 마친다. 임영진(신한카드)·이동철(KB국민카드)·정원재(우리카드)·이동면(비씨카드) 사장 등이다. 지난 3월 취임해 임기가 12월까지여서 연임이 유력한 이동면 비씨카드 사장을 빼고 나머지 CEO들의 연임 여부도 관심거리다. 실적이 최우선 고려사안으로 꼽히는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를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비대면(언택트) 금융으로 빠르게 변해가면서 시대와 고객의 눈높이를 어떻게 맞춰갈 것인지에 대한 ‘혁신’의 정도가 차기 금융 CEO들의 자질로 꼽히고 있다. 코로나가 바꾼 CEO의 요건인 셈이다.
이밖에 금융협회장들도 교체가 예상된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과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오는 11월 임기가 끝난다.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은 연말에 임기가 종료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