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동해상으로 이동할 것이라던 한국 기상청의 예보가 내륙을 관통할 것이라고 본 미국·일본의 예보에 비해 실제 경로에 더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태풍 경로 예측에서 정확도를 보여주면서 지난달 내놨던 9월 중 늦더위 예보가 들어맞을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마도 인근 해상에서 북상하던 하이선은 7일 오전 9시쯤 울산 남쪽 해안을 지난 뒤 오후 1시30분쯤 강릉 북쪽 20㎞ 부근 해상으로 빠져나갔다. 기상청은 하이선이 8일 0시쯤 북한 청진 북서쪽 약 20㎞ 육상에 상륙한 뒤 소멸할 것으로 봤다.
당초 각국은 앞선 태풍 ‘바비’ ‘마이삭’과 달리 하이선은 발생 이후 우리나라 내륙 정중앙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상청은 지난 5일 예상진로를 다소 수정해 발표했다. 하이선이 7일쯤 제주도와 일본 규슈 사이 해상을 지난 후 동해안을 따라 북진하겠다고 예보한 것. 반면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같은 날 하이선이 전남 순천 부근 육상을 거쳐 우리나라 내륙을 관통하겠다고 예상했고, 일본 기상청도 부산 부근 육상을 거쳐 북한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기상청은 6일 하이선의 예상 진로를 서쪽으로 조금 수정해 발표했으나 여전히 내륙에 상륙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미국 JTWC와 일본 기상청은 이날까지 하이선이 남해안을 거쳐 내륙을 관통할 것이라는 예상을 유지했다.
다만 하이선은 미·일 기상청의 예측처럼 우리나라 내륙을 관통하지는 않았지만, 내륙에 상륙하지 않고 동해상에서 북진하겠다던 기상청의 예측 보다는 조금 더 서쪽으로 움직여 육지를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 관계자는 “하이선이 태풍 서쪽에 위치한 차고 건조한 공기와 북태평양고기압 사이에서 수축·확장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진로가 미세하게 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이선은 8일 오전까지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는 8일 낮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그치겠으나, 전라도 일부 지역엔 오후 늦게 다시 비가 오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태풍이 지난 뒤 이달 중순부터는 중국에서 다가오는 건조한 공기의 영향을 차차 받아 낮 기온이 크게 오르는 늦더위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가을철(9~11월) 기상 전망’에서 9월 중 한낮에 일사가 강한 무더운 날이 이어지겠으며 이상고온 발생일수도 평년(3일)과 비슷하거나 많겠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상고온 발생일의 조건은 지역마다 달라 서울의 경우 낮 최고기온이 29.1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올해 첫 가을 태풍인 하이선 이후 향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태풍이 더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올 가을 평년과 비슷한 11~13개 태풍이 발생하겠으며 이 중 평년(0.7개)보다 많은 1~2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겠다고 전망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