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노동시장에 몰고 온 가장 큰 변화상은 재택근무의 확산이다. 고용주의 관심은 ‘재택근무의 생산성이 얼마나 높을까’인데, 실제 재택근무의 생산성이 비재택근무에 비해 낮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혜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7일 배포된 BOK 이슈노트를 통해 ‘코로나19의 노동시장 관련 3대 이슈와 대응방안’을 분석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에 따른 3대 이슈로 실업급증과 재택근무 확대 자동화 촉진을 꼽았다.
특히 재택근무 확산과 관련, 김 위원은 더처(Dutcher·2011)의 랩 실험(lab experiment) 결과를 인용, “재택근무 환경은 단순 업무의 생산성을 6~10% 감소시키지만 창의적인 업무의 생산성은 11~20% 상승시킨다”고 밝혔다. 반복적인 행태로 이뤄진 업무가 아닌, 기획이나 아이디어 창출 관련 업무는 오히려 회사에서 근무할 때보다 일의 생산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또 “재택근무 참가자의 결근 일수가 미 참가자보다 5.6일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탈리아의 한 업체에 대한 무작위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재택근무의 생산성을 높이는 요인은 뭘까. 통근시간 및 비용 감소와 직장유지율 증가(재택근무가 직업만족도를 높임), 자본투입(사무실 공간과 전자기기사용) 감소 등이 꼽힌다. 국가별 재택근무 가능한 일자리 비율은 미국이 37%로 가장 높았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국가가 24~32%, 개발도상국은 13% 수준이었다. 김 위원은 “GDP가 높을수록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자리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의 그림자도 있다. 재택근무효과는 소통이 중요한 직종에서는 본인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또 일터와 휴식공간의 경계가 모호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가 하면 사업주의 모니터링이 어려워져 근로자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코로나19로 확산되고 있는 재택근무가 전 세계적으로도 늘고 있고, 생산성 향상에도 대체로 효과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면서 “다만 이같은 연구 결과를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