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가구 공급? 공공재건축 신청은 ‘제로’…국토부의 굴욕

입력 2020-09-07 17:06 수정 2020-09-07 17:36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지난달 4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확대 TF 회의결과 브리핑'을 열고 있다. 권현구 기자

정부의 8·4 수도권 주택 공급대책이 시작 단계부터 삐걱이고 있다. 대책의 핵심인 ‘공공재건축’ 사업에 관심을 표명한 조합이 아직까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공공재건축을 통해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자신했던 정부의 계획에도 ‘노란불’이 켜졌다.

7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공공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가 문을 연 이후로 공공재건축 사업 지원을 위한 컨설팅 신청 접수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공공재건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업장이 사실상 ‘제로’인 것이다.

수도권 주택 공급대책 핵심이지만 시장은 ‘싸늘’

공공재건축은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에서 50층으로 올리고 용적률을 300∼500%까지 높이는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지난달 4일 발표한 공급대책의 핵심축이기도 하다.

정부는 강남권 재건축조합을 공공재건축 정책의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강남권 노후 아파트를 50층까지 높여주는 대신 공공임대 물량도 함께 늘려 주택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포석이다. 국토부는 정부 주도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면 공공재건축 참여 단지도 늘어나 총 5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공급 물량의 일부가 임대주택이 될 것이라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는데다 늘어난 용적률의 최소 50%를 공공주택으로 활용해야 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건축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주변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환수)와 분양가상한제 등의 규제도 있어 공공재건축의 인센티브가 시장에선 그다지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시작부터 '삐걱'…추가 인센티브 필요성 지적도

이런 결과는 정부가 8·4 공급대책을 발표할 때부터 일부 예견됐다. 정부가 공공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한 지 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서울시는 “임대주택, 소형주택 공급 등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여 재건축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는게 올바른 방안이다”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후 정부와 서울시 간 갈등으로 비화하자 부랴부랴 정부와 서울시는 공공재건축에 대한 이견은 없으며, 참여 단지를 늘리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바 있다.

일부에선 정부가 ‘추가 인센티브’ 카드를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공재건축에 참여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제외해주는 식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인센티브 추가를 검토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공공재건축과 달리 공공재개발 사업에는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흑석2구역과 성북1구역, 양평14구역 등이 공공재개발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또 성북 1·5구역과 강북 5구역, 미아 11구역, 청량리 6구역, 답십리 17구역, 장위 8·9·11·12구역. 흑석 1구역, 한남1구역, 신정1-5구역, 천호동 241-19일대, 동소문 2구역을 포함해 20여곳이 설명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