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챙겨먹고 커피는 배달로…” 코로나가 바꾼 직장인 식문화

입력 2020-09-08 00:10
지난 3일 서울 시내에서 점심 도시락을 산 회사원들이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늘어나자 직장인 식문화도 함께 바뀌고 있다. 출근을 하는 직장인들은 도시락, 샐러드 등 테이크아웃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들은 시리얼, 빵 등 아침에 간단히 챙겨먹을 음식들을 구매한다. 직장인의 삶에서 떼놓을 수 없는 커피는 배달로 충족시키며 아쉬움을 달래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코로나발(發) 식문화가 관련 매출의 변화로 확인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마켓컬리의 판매량을 보면 전월 동기 대비 스프(87%), 마시는 선식류(57%), 베이커리(41%) 등 간편하게 아침식사를 챙겨먹을 수 있는 상품의 판매가 늘었다. SSG닷컴에서도 같은 기간 시리얼(35.3%), 베이커리(34%), 스프(15.4%)의 매출이 증가했다.


일주일 전 재택근무를 시작한 이모(31)씨는 거르기 일쑤였던 아침을 챙겨먹고 있다. 그는 “평소엔 출근 준비하느라 바빠 아침을 못 먹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니 여유가 생겨 아침을 먹게 되더라”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시리얼이나 요거트를 구매해뒀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재택근무, 집콕 트렌드 등의 강화로 최근 아침식사 관련 식품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줄어든 출근 준비 시간을 이용해 간단하게라도 아침 식사를 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 배달도 늘었다. 커피빈코리아의 딜리버리 서비스 8월 매출이 7월 대비 154%나 증가했다. 특히 전체 주문량에서 주거 단지에 입점한 매장의 비중이 41%를 차지해 재택근무, 집콕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1000개 지점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디야커피도 같은 기간 배달 매출이 41% 증가했다. 거리두기 2.5단계 이후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된 것과 재택근무 직장인이 늘어난 수요가 맞물린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한 손님이 CU에서 간편식을 구매하고 있다. CU 제공

한편 회사로 출근 중인 직장인들은 타인과의 접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테이크아웃을 택하고 있다. 직장인 남모(25)씨는 “전보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진데다 에어컨도 감염의 원인이 된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니 실내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게 부담되더라”며 “요샌 샐러드 등을 테이크아웃해 동료 한두명과 회사 라운지에서 간단히 먹는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일하고 있는 박모(25)씨도 “최근 동료들과 함께 구내식당이나 외부에서 점심을 먹는 횟수가 줄었다”며 “다이어트 때문에 챙겨먹었던 샐러드를 요즘 더 자주 먹고 있다”고 했다.

아워홈의 구내식당 테이크아웃 브랜드 ‘인더박스’는 8월 3·4주 서울, 수도권 매출이 직전 2주 대비 32%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단체급식 전체 매출에서 인더박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23%가량 증가해 테이크아웃을 이용하는 직장인의 비중이 늘어난 게 확인됐다. 편의점에서도 오피스가를 중심으로 도시락 매출이 증가했다. CU에서는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6일까지 오피스가에서 전월 대비 도시락 매출이 15.9%, 샌드위치가 11.3% 늘어 주택가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GS25도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6일까지 오피스가 도시락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오피스 입지를 중심으로 도시락 소비가 늘면서 관련 상권 내 GS25 점포들이 도시락 발주량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