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나선 문 대통령…“한정 재원 고려, 선별지급 불가피”

입력 2020-09-07 16:56

문재인 대통령은 7일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과 관련해 “피해 맞춤형 재난지원은 여러 가지 상황과 형편을 감안해 한정된 재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2차 재난지원의 금액과 지원 대상, 지급 방식에 대해 다른 의견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보편 지급을 주장하며 청와대와 여당을 작심 비판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적을 수용하면서 여권 내부 갈등을 차단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여당은 많은 논의와 숙고 끝에 4차 추경의 목적이 위기 극복에 있는 만큼 위기를 가장 크게 겪고 있는 업종과 계층과 대상에 우선 집중하기로 결정했다”며 “국민들께서 두루 이해해 주시고 협력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선별 지원 배경에 대해 “현실적으로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 4차 추경의 재원을 국채를 발행해 충당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또 우리가 아직도 코로나 위기 상황을 건너는 중이고, 그 끝이 언제일지 알 수 없다는 상황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존의 문턱에 있는 분들을 우선 지원함으로써 국민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최대한 국민 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지사 등 여권 내 일부 이견에 대해서도 조율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코로나 때문에 힘들고 지친 상황 속에서도 방역에 협력하고 계시기 때문에 적은 금액이라도 국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했다. 이 지사는 전국민 10만원 지급을 주장하면서 정부·여당과 각을 세웠다. 이후 당내에서 이 지사를 비판하는 여론이 제기되자 문 대통령이 진화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기자들을 만나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답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치하는 분이 여러 말씀을 하실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민 지급방식에 대해 청와대 역시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 지사도 당정청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추석 전 지급을 위한 야당의 협조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추석 이전에 지원금이 가능한 최대한 지급될 수 있도록 추경안을 신속히 마련하는 등 절차를 서두르겠다”며 “정부가 준비한 추경안을 사전에 야당에도 설명해드리도록 하겠다. 국회에서 추경안을 빠르게 심의해 처리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는 “추석 명절 이전에 확진자 수를 100명 아래 두 자릿수로 줄여 코로나를 안정적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도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 재난지원금 선별지원과 관련해 “지난번처럼 50%, 70% 이런 식의 소득구간을 기준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지난번 보다는 오히려 피해계층 대상을 핀셋형으로 찾아서 좀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1차 재난지원금 당시 보편지급을 주장했던 김 지사는 이번에는 일찌감치 ‘선(先)방역, 후(後) 재난지원금 논의’를 강조했다. 이후 선별지급을 지지하면서 문 대통령과 이심전심 일치된 행보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여권에서 나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