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사 실적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이 플러스로 전환한 지 3주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고꾸라져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석유제품 수요도 바닥을 치고 있다.
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0.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첫째 주(-0.3달러) 이후 4주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내려앉았다. 정제마진은 지난 7월 셋째 주 배럴당 -0.5달러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해오다가 8월 둘째 주부터 플러스로 전환된바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증가, 전 세계적인 수요 위축이 겹치면서 휘발유 마진이 하락세로 전화하면서 정제마진도 덩달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아시아 지역 항공유 정제마진도 수개월째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올해 상반기에만 5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해 하반기 회복만을 노리던 업계는 ‘울상’이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전환한데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하반기 수요 회복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다 정유업계가 상반기 유예받았던 석유수입·판매부과금도 이달 납부해야 하는 악재도 겹쳤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 3분기가 2분기보다 안 좋을 수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동절기로 인해 4분기에 나아질 것이란 기대도 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업계 일부에선 정유사들에 중간제품 조건부 면세 등을 부여하는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