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온라인 공연 시장 판 까는 네이버

입력 2020-09-07 16:12 수정 2020-09-07 17:19
지난 6월 네이버TV 플랫폼에서 자발적 후원 방식으로 온라인 스트리밍에 도전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의 티저 영상. 네이버TV 캡처

네이버가 유료 온라인 공연 시장의 판을 깔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자사 플랫폼인 네이버TV에 후원 기능을 업그레이드 한 ‘라이브 감상’ 방식을 적용한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4월부터 창작자를 위해 제공하던 후원 기능을 재개발해 온라인 티켓을 먼저 구매(후원)한 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한 공연 시장에 숨통을 터줬다.

기존 네이버TV에서 진행한 온라인 공연의 경우 무료 관람이 기본이었고, 여기다 후원 기능을 접목해 시청자가 창작자를 자발적으로 후원하면 MD상품을 리워드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온라인 유료 공연에 대한 수요와 필요성이 대두되자 먼저 후원을 받고 온라인 티켓을 리워드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후원 기능을 업그레이드 했다. 그동안은 시청자가 자발적으로 금액을 지불했지만 이제는 제작사가 책정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업그레이드 배경에는 수수료 문제가 있다. 네이버는 편집한 영상을 업로드하는 네이버TV와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인 V앱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TV에서도 특정 조건에 따라 라이브 기능이 부여되지만 주된 기능은 아니다. 반면 V앱은 영상 스트리밍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공연업계가 네이버를 통해 유료 스트리밍을 시도하려면 V앱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수수료가 발목을 잡았다. 거대한 팬덤을 보유한 K팝 아이돌을 타깃으로 개발된 V앱은 뮤지컬 한류에는 용이할 수 있으나 공연계가 감당하기엔 수수료가 막대했다. 실제로 유료 스트리밍을 앞둔 EMK뮤지컬컴퍼니의 뮤지컬 ‘모차르트!’ 10주년 공연 실황과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가 서로 다른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도 수수료 때문이다.

전 세계로 송출하는 V앱 특성상 수수료는 30%로 책정됐고, 여기다 부대비용을 합치면 제작사는 이익의 30~40% 정도만 가져갈 수 있다. 그래서 서울예술단은 ‘잃어버린 얼굴 1895’ 유료 스트리밍을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같은 시기 유료 온라인 공연을 결정한 EMK의 ‘모차르트!’가 V앱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전 세계에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지만, MD상품과 온라인 티켓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V앱의 경우 티켓이 아닌 상품 판매 형태로 결제 방식을 변경하면 일반 티켓 예매와는 달리 창작자 지원 수수료 5.5%만 지불하면 된다. EMK는 ‘모차르트!’ 관람권과 MD상품 결합 판매로 활로를 찾았지만 서울예술단은 별도의 MD상품이 없어 여전히 V앱을 활용하긴 어려웠다.

서울예술단은 처음부터 창작자에게 수수료 5.5%만 떼는 네이버TV를 노렸다. 네이버와 논의 끝에 후원 기능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면서 수수료 5.5%로 온라인 유료 스트리밍 발판을 마련했다. 네이버는 창작자 보호와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기존 수수료마저 올해 말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비대면 콘텐츠 시청에 대한 관심은 연일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상반기에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한 횟수는 전년 대비 6배 증가했고 특히 뮤지컬 콘텐츠 재생 수는 올해 1~8월 약 750만건으로 전년 대비 11배 증가했다.

후원 리워드 기능은 이달 25일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마농’을 시작으로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 테너 ‘존 노’ 팬 미팅, 뮤지컬 ‘신과 함께 저승편’, LG아트센터 해외 작품 등 연말까지 10여편에 적용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