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부답 北 향한 이인영의 ‘CVIP’ 구애…전문가들 반응은

입력 2020-09-07 15:52 수정 2020-09-07 16:08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7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0 한반도국제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향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시대를 열자”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인도·교류 협력이 이를 구축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북한이 이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이 장관은 7일 ‘2020 한반도국제평화포럼’ 개회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에 빗대 항구적 한반도 평화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남북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변화를 만들면 이를 토대로 더 큰 대화와 협상의 장을 열 수 있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과 북·미 비핵화 큰 흐름도 앞당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보건·방역 협력 등을 통해 개선된 남북 관계를 발판 삼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조속한 재개 역시 노려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이 새로운 시작에 화답하는 북측에 목소리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북한의 호응 여부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 촉매로 대북 개별관광 및 보건·방역 협력 카드 등을 제시했지만, 북한 당국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자는 미국의 제안에도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이 장관 역시 “북·미와 남북의 시간은 멈춰 서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북한은 올해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천명한 정면돌파 노선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3일 노동당 제7기 16차 정치국회의에서 집중호우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도 복구 과정에서 “어떤 외부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뒤에야 북한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현재 북한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 대선 결과일 것”이라며 “대선 결과를 분석한 뒤 내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대남·대미 관련 새로운 전략을 발표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도 “북한은 남북 관계를 북·미 관계의 하위에 둔 상태”라며 “미국 대선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된 뒤 일정한 진전을 보면 남북 관계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남북 관계 개선은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