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에 빌미 준다” 개천절 집회 ‘선 긋기’ 나선 국민의힘

입력 2020-09-07 15:32 수정 2020-09-07 15:33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문재인 정권 부정부패·추미애 직권남용·민주당 지자체장 성추행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단체에서 개천절인 다음달 3일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광복절 집회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을 꺾어놓았다. 이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역풍을 우려해 개천절 집회 참석을 자제해달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문재인 정권이 자신들의 방역 실패에 대해 변명하고 면피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면서 “10월 3일 광화문 집회에 나가시는 것은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와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이 다음달 3일 개천절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집회 신고 인원만 4만명에 달한다. 경찰과 서울시 등은 집회 금지를 통고하고 있지만 휴대폰을 끄고 집회에 참석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하지만 광복절인 지난달 15일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 이후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만 500명 이상이 나왔다. 지역 감염까지 번지면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어졌다. 당시 통합당은 일부 의원이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는 등 이와 연관되면서 상승세를 타던 지지율이 꺾였다.

장 의원은 “저희 제1 야당이 많이 부족해서 또 다시 대규모 장외집회가 예고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면서 “저희들이 열심히 싸우겠다. 처절하게 국회 내에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이 부족하고 가진 힘도 없지만 국민의힘을 조금만 더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연합뉴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이날 강한 어조로 개천절 집회를 비판했다. 그는 개천절 집회에 대해서 “개천절 대규모 집회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코로나19의 위험을 부정하고 방역의 필요성과 효과를 부정하고 자신들뿐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을 의도적으로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보수의 이름과 가치를 참칭하며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체의 시도는 우리 당과 지지자들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며 “공동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보수의 제1가치”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광복질 집회 당시 당 일각의 미온적 태도를 지적하면서 “(이번에는) 이런 오류를 반복해선 안 된다. 단호한 조치를 먼저 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페이스북 글. 각 페이스북 캡처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