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SPC그룹 고발건 공정거래조사부 배당

입력 2020-09-07 15:20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윤성호 기자

계열사들을 동원해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고발된 SPC그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민형)는 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조상호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 등을 계열사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7월 SPC가 제빵 재료 유통 과정에서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회사인 ‘삼립’에 5년간 5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부당지원한 혐의로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하고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파리크라상 등 SPC의 3개 제빵계열사는 2013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달걀, 우유 등을 생산하는 밀다원 등 8개 생산계열사 제품 4895억원어치를 삼립을 통해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삼립은 영업·물류 등 중간 유통업체의 역할을 하지 않은 채 계열사들로부터 평균 9%의 ‘통행세’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들은 또 삼립에 판매망과 주요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양도하고, 상표권도 무상으로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삼립이 거둬들인 부당이득이 총 4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공정위는 통행세 구조 때문에 유통비용이 늘어났고, 소비자 가격이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SPC가 부당지원임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기 위해 허 회장의 주도로 삼립의 표면적 역할을 만들고, 단가 비교가 어렵도록 의도적인 가격 차별을 뒀다고 의심하고 있다. SPC 측은 삼립이 생산계획 수립과 재고 관리 등 유통업체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계열사 부당내부거래가 이뤄졌다고 보고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일감 몰아주기로 삼립의 회사 가치를 키운 뒤, 지주사로서 그룹을 지배하는 파리크라상의 주식과 교환해 총수 2세 지분을 늘려야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