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靑 사회적경제비서관, 뜬금없는 보훈 공공기관 이사 임명

입력 2020-09-07 14:47 수정 2020-09-07 16:01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블로그 캡처.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이 7일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신임 관리이사에 임명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생협, 의료생협, 아이쿱생협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에서 활동한 협동조합 전문가인 최 전 비서관이 국가유공자를 위한 진료와 재활을 돕는 공공기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이날 신임 관리이사에 최 전 비서관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최 전 비서관은 강원 원주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기획홍보본부장과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을 역임했다.


그는 “정부 부처, 공공기관 등에서 여러 보직을 맡으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과 보훈가족들이 보다 나은 공공의료·복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기는 7일부터 2022년 9월 6일까지 2년이다.

다만 최 전 비서관이 자신의 경력과 상관없는 기관의 고위직을 맡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 전 비서관은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 전무이사를 맡아 일한 전력이 있다. 다만 단순한 의료협동조합 활동과 보훈복지, 보훈의료 영역은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1981년 4월 발족했다.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등의 진료 및 재활, 직업재활교육, 국가유공자 등 단체의 운영 지원, 복지시설 운영, 국가유공자 및 자녀 학비 지원, 호국정신의 함양 및 고취를 위한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보훈 관련 의료와 복지 업무를 맡은 기관이라 보훈 전문가가 관리이사에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홈페이지 캡처.

최 전 비서관의 공단행을 두고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정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청와대 비서관 출신 하나가 모 공단의 이사로 간다고 페북에서 인사를 한다. 자신의 전공과는 꽤 거리가 있는 곳으로”라며 “그가 원래 전공 쪽으로 간다면 청와대의 경험을 살려 많은 이에게, 운동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 게 분명하다. 당연히 그쪽에서 많은 요청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소장은 이어 “그런데 왜? 청와대에서의 힘든 노동에 대한 보상? 아.. 이해하기 힘들다”며 “경제학의 기회비용을 순수하게 금전으로 해석하면 합리적 행동이겠지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지금 청와대와 당 주변의 규범인가. 공단 쪽에서 보면 분명 더 적합한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