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붕괴 직전, 참사 막은 시민 영웅 5명 더 있었다

입력 2020-09-07 13:59 수정 2020-09-07 14:15
지난 3일 평창군 진부면 송정교 앞에서 차량 통행을 막고 있는 박광진씨의 모습. 박 씨가 차량들을 막아선 지 30초쯤 지나자 다리 가운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평창군 제공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다리가 붕괴하기 직전 다리 앞에서 차량의 통행을 막아 시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킨 영웅 5명이 더 있었다.

강원도 평창군은 7일 오전 진부면사무소 대회의실에서 박광진(57)씨 등 6명에게 평화도시 평창 시민상을 전달했다. 이들은 태풍 마이삭 때 붕괴 직전의 다리에 차량이 통행하는 것을 막아 인명피해를 예방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군이 사고 당시 다리 주변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인명피해를 막은 시민은 박씨 이외에도 5명이 더 있었다. 군에 따르면 3일 오전 7시26분쯤 진부면 송정리의 송정교가 급격히 불어난 강물에 다리 상판이 주저앉기 시작했다. 다리 바로 앞마을에 사는 박씨는 2층 창문을 통해 이 장면을 목격했다.
지난 3일 다리가 붕괴되기 직전 차량의 통행을 막아 시민들의 목숨을 구해낸 시민 6명이 평화도시 평창 시민상을 받은 뒤 한왕기(가운데) 평창군수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평창군 제공

그는 마을 이장 홍준균(48)씨에게 전화로 상황을 알린 뒤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2분 뒤인 28분쯤다리 건너편에서 차량 1대가 다리로 접어들었다. 박씨는 다리 앞에 서서 차량을 향해 손짓하며 “건너지 마세요. 피하세요”라고 힘껏 소리쳤다. 차량은 수신호를 알아본 뒤 비상등을 켜고 급히 후진했다. 30초가량이 지난 뒤 다리 가운데 일부가 폭삭 주저앉았다.
박씨로부터 상황을 전해 들은 홍 이장은 신속하게 파출소, 소방서 등 관계기관에 연락을 취한 뒤 주민들과 함께 차량 진입을 통제했다. 당시 현장에선 새마을지도자 송장주(55)․허은회(39)씨가 힘을 보태 진입하는 차량을 막았다.

최철순(55)씨는 송정교에 설치된 상수관로가 교량 붕괴로 파열되자 제수변을 잠그는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 제수변은 상수관로 물을 통제할 수 있는 수도꼭지 같은 장치다. 권상만(69)씨는 송정교가 통제됨에 따라 인근에 있는 하진부교에 차량이 몰리면서 이 다리마저 위험해 보이자 진입하는 차량을 통제해 안전사고를 막았다.

지난 3일 폭우로 인해 붕괴된 송정교의 모습. 다리 중간이 잘려나간듯이 무너져 내렸다. 평창군 제공

박씨의 도움으로 다리를 건너다 되돌아간 차량의 운전자 최종열(60)씨는 지난 4일 수소문 끝에 박씨의 연락처를 알아내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최씨는 “한 사람이 다급하게 손짓을 해 이상하다 싶어 서행하며 다리를 봤는데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아 후진하기 시작했다”며 “잠시 뒤 굉음과 함께 다리가 주저앉는 것을 보고 가슴이 뛰어 한참 뒤 진정이 됐다”고 말했다.

한왕기 평창군수는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으나, 용감한 시민들의 빠른 대응으로 이웃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었다”며 “이번 일을 통해 평창군민의 시민의식과 헌신적인 행동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창=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