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이어 서울 공장부지…구설수 또 오른 박선호 국토부 차관

입력 2020-09-07 13:50 수정 2020-09-07 14:03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이 또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도 과천에 이어 이번에는 서울 강서구 준공업지역 부인과 가족 명의의 공장용 부지가 구설에 올랐다. 박 차관과 국토부는 즉각 입장문 등을 내고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투기세력을 근절하겠다고 강조해온 국토부 차관이 잇따라 이해충돌·투기의혹에 휩싸이면서 주무부처의 정책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박 차관 이번엔 부인 명의 소유 토지 준공업지역 논란

국토부는 7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차관 소유의 소규모 부지는 정부에서 발표한 준공업지역 앵커산업시설 조성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날 SBS는 서울의 준공업지역인 강서구 등촌동 일대 공장 건물과 1681㎡(약 510평) 규모의 땅을 박 차관의 형, 누나, 부인이 소유하고 있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부동산은 2017년 12월 박 차관의 부친이 증여한 것이다. 박 차관은 공직자 재산 신고 당시 이 땅과 강남 아파트 1채, 과천 지역 땅까지 모두 39억여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박 차관이 지난 5월 주택 공급을 위해 준공업지역 규제를 풀고 공공융자를 지원해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을 짓게 하겠다는 ‘수도권 주택공급기반 강화대책’을 발표했었다는 점이다. 대책 책임자인 박 차관이 오히려 대책을 통해 수혜자가 됐다면 이해충돌 여지가 다분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박 차관의 발표대로 개발될 경우 박 차관 일가가 소유한 등촌동 건물과 땅만 시세로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국토부 “대책은 대규모 공장 부지 대상, 박 차관 가족 땅과 관계 없어”

국토부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준공업지역 제도개선은 대규모 공장이전 부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소규모 공장부지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박 차관 일가의 땅은 대책 대상지가 아니라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는 것이다.

박 차관도 지난 6일 저녁 직접 입장문을 내고 “준공업지역 관련 사항은 대규모 공장이전 부지에 대한 민관합동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향후 공모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으로 본인 가족의 공장에는 해당하지 않는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또 “1978년쯤 부친이 창업하면서 용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지었다. 2017년 12월 부친이 고령으로 본인(박 차관)의 누나와 형, 배우자에게 3분의 1씩 지분으로 증여했다”고 설명했다.

본인 대신 배우자가 증여받은 데 대해 박 차관은 “본인(박 차관)이 현직 공무원으로서 공장을 소유·임대할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하며, 사정상 실제 공장 관리업무를 맡기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이나 분명한 근거도 없이 막연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고, 필요한 대응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이은 진땀 해명…“정책 신뢰도 떨어뜨릴 수 있어”

박 차관과 국토부는 연일 이해충돌 논란을 해명하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 앞서 박 차관은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에 보유하고 있는 토지(2519㎡ 중 1259.5㎡)가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 대상 지역에 포함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국토부는 2018년 12월 발표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에서 해당 토지를 주택공급 대상 지역으로 선정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국토부의 조사를 요청했다. 참여연대는 “박 차관은 주택토지실장이던 2018년 3월 재산공개에서도 본인 명의로 과천 땅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땅은 같은 해 9월 주택공급 계획에 포함됐고, 재산 규모는 약 6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박 차관의 경력을 살펴볼 때 그가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관련 정책 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 차관과 국토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박 차관은 “차관 부임 후 신도시 발표 계획을 보고받으며 과천 신도시 계획을 처음 알게 됐다. 신도시 업무는 주택토지실 공공주택건설추진단의 극소수 직원이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하는 업무다. 과천 신도시는 2018년 12월 19일 공식 발표됐으나 본인은 그해 7월 25일부터 12월 14일까지 국토도시실장으로 근무했다”며 업무연관성을 부인했다.

다만 업계에선 부동산 시장 투기 근절을 ‘제1원칙’으로 삼은 국토부의 최고위 공무원이 지속해서 구설수에 오른다면 전체 정책 신뢰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투기 근절을 강조하면서 정작 정책 책임자는 투기 의혹에 휩싸이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든 국민이 믿지 않을 수 있다.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만 하기보다는 토지를 처분하는 식의 실질적인 조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