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통신장비 8조 수주…화웨이 빈자리 파고드나

입력 2020-09-07 11:57 수정 2020-09-07 11:58
삼성전자 5G 장비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한국 통신장비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인 8조원대를 수주했다.

삼성전자는 7조8983억원 규모의 5G 네트워크 솔루션을 미국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5년간 공급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민간 통신사업자를 위한 6GHz 이하(서브-6GHz) 주파수 경매를 완료했다. 그간 주파수 부족으로 5G 망을 확대하지 못했던 버라이즌은 주파수 경매 완료를 계기로 5G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미국 통신사들 역시 4분기부터 5G에 대규모로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미국의 5G 투자 확대 기조에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 통신사들이 세계 1위 통신장비사인 화웨이의 장비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에릭슨, 노키아와 함께 삼성전자가 미국 이동통신사에 5G 장비를 나눠서 공급하는 ‘3파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주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 최대 통신사업자의 기술, 보안 검증을 통과했다는 점을 내세워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5G 장비 영토를 넓히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 이어 영국, 캐나다, 호주, 인도 등도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겠다고 밝혀 화웨이의 빈자리를 삼성전자가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5G 장비 수주 계약을 한 캐나다 이통사 텔러스는 기존에 화웨이 장비를 100% 사용하고 있었으나,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면서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를 장비 공급사로 선정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5G 기지국 점유율은 16.6%로 화웨이(32.6%), 에릭슨(24.5%), 노키아(18.3%)에 이어 4위였다.
삼성 사기. 연합뉴스

올해 1분기에는 점유율이 13.2%로, 화웨이(35.7%), 에릭슨(24.6%), 노키아(15.8%)에 이어 역시 4위였다. 화웨이는 막대한 자국 5G 투자 확대를 기반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미국·유럽이 잇따라 등을 돌리면서 향후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5G 네트워크 투자는 2021∼2022년 가장 많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성장 정체를 보이는 스마트폰 대신 새 성장동력이 본격화했다는 의미도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반도체에 이어 통신장비 분야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신장비 거액 수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진두지휘했고 이번에 그 성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화 김성훈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