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재개발 정비사업과 관련해 탈퇴한 조합원이 조합에 재결신청청구서를 수차례에 걸쳐 우편으로 송부한 경우, 수령 거절이 됐다 할지라도 조합에 우편물이 송달됐음을 전제로 한 지연가산금 지급 의무가 발생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전 조합원 A씨가 조합을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5월 안양시 동안구 일대 주택재개발 구역에 부동산을 소유해 조합원 자격을 얻었지만 분양 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 대상자가 됐다. A씨는 부동산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보상금을 받기 위해 2016월 2월부터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법무법인 명의로 조합장에게 재결신청 청구서를 보냈으나 모두 수령이 거절됐다. 이후 재개발 조합은 A씨의 청구서를 받지 못했다며 1년이 지나서야 지방토지수용위에 수용재결을 신청했다.
이에 A씨는 조합이 법원감정결과와 수용재결 감정결과 차액인 3억2400만원과 재결 신청 지연으로 인한 지연가산금 약 5억2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토지보상법 30조는 현금청산금에 대해 협의가 성립하지 않은 경우 재결을 신청할 것을 청구할 수 있고, 사업시행자는 60일 이내에 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재결이 지연된 기간에 대해서는 지연가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에서는 3차례에 걸쳐 수취 거부된 A씨의 재결신청 청구서가 조합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은 조합이 법원감정결과를 기초로 A씨에게 손실보상금 3억2400만원을 지급해야한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지연가산금 청구에 대해서는 “우편물 겉면에 원고의 이름 또는 법무법인이 원고의 대리인임을 표시하지 않았다”며 “각 우편물이 부동산에 관한 재결신청청구에 관한 것임을 알지 못한 피고가 이를 수취거절하고 반송한 이상, 사회통념상 각 우편물이 부동산 재결신청청구 통지임을 조합장이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편물 발송인이 법무법인이고 일반우편물이 아닌 내용증명 및 배달증명 방식의 우편물”이라며 “사회통념상 중요한 권리행사를 위한 것이었음 넉넉히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합장이 각 우편물에 재결신청청구서가 포함돼 있는지 여부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사업 시행에 관한 이해관계인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의식을 갖고 수취를 거부한 것 볼 수 있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