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윤회를 거듭하는 존재를 통해 인연의 고귀함을 다룬다. 사계절에 걸쳐 시공간을 초월한 두 존재의 만남과 이별이 이어진다. 걸음마다 한 송이씩 피어나는 봄, 승려와 나비의 춤을 시작으로 매미 소리가 멈춘 여름, 무사와 검혼의 외로운 춤이 펼쳐진다. 윤회를 거듭하는 두 존재의 만남과 이별이 매‧난‧국‧죽의 상징 속에서 전개된다.
정동극장은 10월 22일 개관 25주년 기념 공연 ‘김주원의 사군자 생의 계절’을 창작 초연으로 개막한다. 15년 동안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한 발레리나 김주원이 만들고 출연한 작품이다.
‘김주원의 사군자 생의 계절’은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대사와 움직임, 무대 영상 기법을 활용해 그린다. 지이선 작가가 김주원이 생각하는 인연에 대한 상념과 고찰을 사군자 상징체계와 이야기를 연결해 대본으로 완성했다. 이번 공연은 그동안 한국 정서를 전하는 작품에 토슈즈를 신고 참여하며 작품에 한국적 색채를 담아온 김주원의 창작 활동에 본격적인 출발선이 될 예정이다.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는 “정동극장 입장에서는 2007년 ‘아트 프론티어’ 이후 13년 만에 아티스트 김주원을 맞이하는 무대로 그 의미가 크다”며 “이번 작품을 정동극장 개관 25주년 기념 공연으로 소개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전했다.
‘김주원의 사군자 생의 계절’은 매·난·국·죽 사군자를 모티브로 4장의 이야기를 엮었다. 사군자라는 제목을 통해 전체적으로는 한국적 사상과 정서를 담고, 봄(梅)·여름(蘭)·가을(菊)·겨울(竹)로 설정된 장별 제목은 개별 이야기와 연결돼 상징성을 갖는다.
작품은 4장에 걸친 개별적 이야기의 무의식적 연결을 통해 인연의 반복을 독특하게 구조화했다. 각각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인연 이야기로 만난다. 매·난·국·죽은 단순한 사계절의 상징을 뛰어넘어 시간과 공간적 상징으로 작용하는데, 사계절의 이야기가 사군자의 이야기로 치환되면서 어느새 ‘생의 계절’로 변화한다.
무대 위 기법도 신선하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인연에 관한 주제가 무대 영상에서 홀로그램기법을 통해 표현된다. 홀로그램은 또 다른 차원의 공간을 선사하며 무대에 인연의 신비로움을 구현해 낼 예정이다. 김주원은 “홀로그램은 아날로그적인 방식이라 무대적으로 새로운 표현 방식은 아닐 수 있으나 이번 작품은 이 기법 자체가 곧 메시지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는 한국 예술계를 대표하는 창작진이 대거 참여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정구호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하고, 음악은 영화 ‘기생충’으로 명성을 떨친 천재 뮤지션 정재일이 맡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