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리자 애꿎은 잡스 부인에게 화풀이한 트럼프

입력 2020-09-07 06:07 수정 2020-09-07 10:11

참전용사 비하 발언 보도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의 부인에게 화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스티브 잡스는 아내가 망해가는 극좌 잡지에 돈을 쓰고 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며 “사기꾼이 운영하고 ‘가짜뉴스’와 ‘증오’를 뿜어내는 잡지”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기꾼’이라는 단어 옆에 괄호를 치고 ‘골드버그’라고 쓰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참전용사 비하 발언을 보도한 미국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의 편집장 제프리 골드버그를 가리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아내 로런 파월 잡스는 애틀랜틱에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린 이유는 지난 3일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의 보도 때문이다. 2018년 11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미군묘지 참배를 취소하면서 미군 전사자들을 ‘패배자’로 불렀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2017년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에는 존 켈리 당시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이해를 못 하겠다. 그들에게 좋은 게 뭐냐”라며 군 복무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29세였던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켈리의 아들 로버트의 묘지 옆에서였는데 켈리 역시 4성 장군 출신으로 이후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다.

애틀랜틱 보도는 골드버그 편집장이 직접 했으며 이후 워싱턴포스트(WP)와 폭스뉴스 등 미 주요 언론이 취재원들에게 별도의 확인 과정을 거쳐 보도를 따라갔다. 참전 용사들과 단체는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퇴역 육군 소장인 폴 이튼은 트위터를 통해 군인은 용감하다는 2분짜리 영상을 찍어 올렸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군에 셀 수 없는 무례를 범해왔으며 애국자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극우 논객 찰리 커크의 트윗에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트윗을 올렸는데 커크는 트윗에 “로런 파월 잡스는 조 바이든의 캠프에 올해 최소 50만 달러를 기부했다. 누가 애틀랜틱에 상당한 지분을 가진 줄 아나? 로런 파월 잡스”라고 썼다.

스티브 잡스가 2011년 10월 사망한 뒤 로런 파월 잡스는 곧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보유 자산 집계를 기준으로 세계 100위 안에 들었다. 교육 개혁과 사회적 분배, 환경보존 등을 추구하는 단체 ‘에머슨 콜렉티브’를 창립·운영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