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현장회의, 공개서한…김정은 당 창건 앞두고 급했나

입력 2020-09-07 06:00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본 함경남도를 찾아가 현지에서 노동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 현장에서 노동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대책 마련과 책임자 처벌을 지시했다. 최고지도자가 자연재해 관련 회의를 재난 현장에서 열고, 이를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애민정신’을 부각해 민심이반을 막고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에 공표할 최대 성과로 수해 극복을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태풍 피해 지역에서 노동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노동신문이 6일 보도했다. 구체적인 회의 장소는 밝히지 않았는데, 공개된 사진을 보면 함경남도로 향하는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에서 열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일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본 함경남도에서 노동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확대회의에서 태풍 피해 복구에 필요한 인력과 자재 등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태풍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성일 함경남도 노동당 위원장을 전격 해임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함경남북도를 강타하면서 주택 1000여세대가 무너지고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김 위원장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복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재난 현장에서 회의를 열고, 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자연재해를 수습하는 지도자’라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던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김 위원장은 물론 선대 때도 볼 수 없던 일”이라며 “최고지도자의 애민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피해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성난 민심을 다독이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풍9호에 의한 자연재해 복구 전투조직을 위한 당중앙위원회 정무국 확대회의를 현지에서 소집하고 피해지역을 살펴봤다고 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노동당 창건일까지 수해 복구를 서둘러 마무리하기 위한 포석도 깔렸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중고’(대북제재·코로나19·수해)에 직면한 김 위원장으로서는 다음달 10일에 공표할 최대 성과로 수해 극복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도 평양의 전체 당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실제로 김 위원장은 확대회의를 주재한 날 작성한 공개서한을 이날 노동신문에 띄우며 함경도 수해 복구에 평양 내 노동당원 1만2000명이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태풍피해지역에서 당중앙위원회 정무국 확대회의를 현지 소집했다고 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10월 10일이 눈앞에 박두했는데, 형편이 곤란하고 시간이 촉박하다고 새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북도의 수많은 인민들이 한지에서 명절을 쇠게 할 수는 없다”며 “수도 평양의 따뜻한 정으로 피해 지역 인민들을 극진히 위로하고 한시바삐 재난을 털어버리도록 정성 다해 지원할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공개서한 형식을 통해 평양 시민들의 수해 복구를 참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전시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노동당 창건일 전까지 반드시 수해 복구를 마쳐야 한다는 의중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도 “김 위원장이 자필로 작성한 장문의 공개서한을 공개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