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은 재앙 초래”… 中교과서, 문혁 비판 강화

입력 2020-09-06 17:06 수정 2020-09-06 17:21
중국 새 고교 1학년 역사 교과서의 '문화대혁명' 부분. SCMP 홈페이지

중국의 새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문화대혁명(문혁)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강화하는 내용이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는 새 역사교과서에 “문화대혁명은 대재앙을 불러일으킨 오류였다”는 내용이 추가됐다고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새 교과서에는 “문화대혁명은 공산당 지도자들에 의해 잘못 일어났으며 반혁명 세력에 이용됐다” “나라와 국민에 심각한 재난을 초래했다”는 2건의 새로운 서술이 포함됐다. 기존의 “문화대혁명은 어떤 측면에서도 혁명이거나 사회적 진보가 아니었다”는 서술도 새 교과서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문화대혁명은 중화인민공화국 초대 국가주석인 마오쩌둥이 주도한 극좌 성향의 탈권위 운동이다. 1966년 시작돼 마오가 사망한 1976년까지 10년간 지속됐다. 중국 내부의 자본주의적 요소를 완전히 뿌리뽑고 순수한 사회주의를 실천하자는 대의명분 하에 모든 권위적인 것에 대한 공격이 허용됐다. 마오의 사상을 교조적으로 따르는 청소년 중심의 홍위병들이 당의 관료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그들의 권력을 무력으로 탈취하기도 했다.

중국 학계는 문화대혁명이라는 정치적 혼돈 속에 170만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많은 관료들과 학자들이 홍위병들에게 ‘자본주의파’ ‘반혁명 분자’ 등으로 몰려 재판도 없이 죽임을 당했다. 홍위병 파벌 간 무력 충돌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마오 사후인 1981년 덩샤오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은 문화대혁명을 ‘거대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수천만명의 아사자를 초래한 대약진 운동 등의 처참한 실패로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 마오가 반대파를 제거하고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학생 등 대중을 선동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현 중국의 건립자인 마오의 치명적 과오를 정면으로 거론하는 일은 금기시되어왔다.

SCMP는 문화대혁명 관련 새 교과서 서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대혁명에 대한 해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일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강한 편이나, 문화대혁명을 부정적으로만 규정하려는 이들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세력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팔로워가 50만명에 달하는 리예는 “중국의 지식인들은 ‘1981년 평가’에 과민 반응하면서 언제나 교과서에 포함시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SCMP는 현 중국 국가주석인 시진핑 집권 후 문혁에 대한 재해석 움직임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집권 후인 2013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이 앞선 30년 시대를 부정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이 일부 극좌파들을 고무시키면서 문화대혁명을 진보로 재규정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