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대응에 지쳐가고 있다. 팬데믹에 대한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열악한 처우 등에 환멸을 느껴 이직을 고려하거나 파업에 나서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자국 내 1000명이 넘는 의사들이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떠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팬데믹 가운데 의료 인력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영국 의사협회(DAUK)가 최근 의사 175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다수가 코로나19 대응 방식과 급여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해외로 떠나거나 개인병원으로 이직하길 원했다. 안식년을 갖고 싶다는 응답도 있었다.
조사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이직·잔류 계획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69%(1214명)가 ‘이직 결심에 영향을 줬다’고 응답했다. ‘향후 1∼3년 동안 어디에서 근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65%(1143명)가 NHS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직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로 74%의 응답자는 ‘저조한 급여’를 선택했다.
한 의사는 “정부는 NHS 의사들을 총알받이로 여긴다”면서 “형편없는 급여와 노동환경, 부족한 의료장비, 정치적 이익을 위한 섣부른 공약들에 지난 20년간 의료 현장에서 지쳐버렸다”고 토로했다.
사만다 배트-로덴 DAUK 회장은 “NHS 의사들은 팬데믹 가운데 공격받고, 상처받고, 지쳤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는 정부가 의사들에게 합당한 처우를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지표”라고 꼬집었다. 이어 “환자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고 헌신한 의사들을 잃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7일부터 국영병원 의사들을 포함한 전국전공의협회(NARD) 의사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 의사들은 팬데믹 이후 정부의 대응을 문제삼으며 급여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선 보건직 80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나이지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만4743명, 사망자는 1051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각국 의료진의 희생도 늘고 있다. 지난 4일 로이터 통신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사망한 전 세계 보건 의료 종사자는 7000명 규모다. 1위는 멕시코로 1320명의 의료진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그 뒤를 미국(1077명), 브라질(634명), 인도(573명)가 잇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