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참전용사 비하 발언을 했다는 보도의 후폭풍이 거세다. 여러 미국 언론에서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친정부 매체로 간주되는 보수 성향 폭스뉴스까지 가세했다.
이번 논란은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의 지난 3일(현지시간) 보도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이었던 지난 2018년 11월 프랑스를 방문해 엔-마른 미 해병대원 묘지를 참배하기로 했었지만 악천후를 이유로 돌연 일정을 취소했다. 애틀랜틱은 당시 상황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비 때문에 자신의 머리 스타일이 망가질까봐 참배 일정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배 일정을 취소하기 직전 참전용사들을 조롱하고 비하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당시 그는 “내가 묘지에 왜 가야 하느냐. 그곳에는 ‘패배자들(losers)’로 가득 차 있다”며 말했고, 엔-마른 묘지에 묻힌 1800명의 미 해병대원에 대해서 “호구들(suckers)”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도됐다.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를 매우 중시하는 미국에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전사자들을 모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거센 논란이 일었다.
참전용사 단체들은 일제히 비난성명을 냈고, 소셜미디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들끓는 비난 여론에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장병들과 참전용사, 그리고 그들의 가족에 대해 최고의 존경을 지니고 있다”고 해명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죽어가는 애틀랜틱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거짓 뉴스를 지어냈다. 아주 수치스러운 기사”라며 발언을 부정했다.
하지만 여러 매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사실이라고 확인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 CNN방송은 5일 전직 미 행정부 관료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 당시 엘-마른 묘지에 묻혀있는 미군 전사자들을 상스럽고 경멸적인 말로 조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친정부 매체인 폭스뉴스조차 이 같은 보도 행렬에 동참했다. 폭스뉴스의 국가안보 담당 기자 제니퍼 그리핀은 트럼프가 미군 전사자들을 패배자들이라고 부른 것이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우군 역할을 맡아온 폭스뉴스를 공격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그리핀이 애틀랜틱 기사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인용 보도했다며 “그는 우리에게 전화하지도 않았다. 해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폭스뉴스는 이제 사라졌다”고 비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